라우더북스가 내는 시끄럽지만, 필요한 소리들 [출판사 인사이드㊶]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8.25 09:07  수정 2026.08.25 09:08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이성애의 비극’ 등 출간

만듦새와 저자 구성 등 1인 출판사라 가능한 새로운 시도들

“1인 출판사의 진정한 의미는 발행인의 관점과 개성에서 온다고 생각”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주제부터 만듦새까지…라우더북스, 흥미롭게 전달하는 지금, 필요한 이야기


라우더북스는 2024년, 소설가 겸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민지형 대표가 설립한 출판사다. 작가로만 활동하던 그가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인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의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직접 출판하고 관리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민 대표는 당시에 대해 “내게 중요한 시작점이 된 작품이기도 했기에 그 작품이 거쳐온 길과 앞으로 제가 쓰고 싶은 글, 하고 싶은 일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오랜 고민 끝에 ‘그 소중한 작품을 제가 직접 출판, 관리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히는 것은 어떨까’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우더북스

라우더북스는 ‘세상에 필요한 시끄러운 소리들’을 담고자 한다. 여성·퀴어 등 주로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민 대표는 “출판사 이름부터 방향성이 꽤 명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질문하고, 흔들고, 불편함을 주는 책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로 여성을 비롯한 여러 소수자들과 관련된 선명하고 분명한 주제에 대해 재미있고 유쾌하게 전달하는 것을 지향한다”라고 출판사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민 대표의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개정판을 시작으로, 그를 포함한 여섯 명의 여성 작가가 함께 만든 앤솔로지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 새로운 작가들과 함께 만든 또 다른 앤솔로지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등 라우더북스만의 시선을 담은 기획이 이어졌다.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는 뚜렷한 메시지와 함께 단편 만화와 단편 소설을 각각 세 편씩 한 권의 책에 수록한 독특한 구성으로도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1인 출판사라 가능한 신선하고 의미 있는 행보도 마음껏 펼쳐나가고 있다. 민 대표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관심 있고, 제가 좋아하고, 제가 재미를 느끼는 책을 출판한다. 1인 출판사의 진정한 의미는 발행인의 관점과 개성에서 온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라고 짚었다. 기성 출판사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책을 선보이며 라우더북스만의 색깔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소재와 주제는 물론, 만듦새와 저자 구성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며 1인 출판사의 ‘자유로움’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이것이 곧 독자들과 더 가깝고, 깊게 소통하는 길이기도 했다. 민 대표는 “내가 하고 싶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획을 거침없이 실행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하고, 내가 이렇게 재미있고 마음이 가는 이야기라면 똑같이 느껴주실 독자님들이 계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분들을 저의 믿을 구석으로 생각하며 책들을 기획하고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 오프라인 행사로, 영상으로…라우더북스만의 남다른 행보


실제로 도서전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 독자들과 소통하며 힘을 얻는다. 첫 책을 출간한 직후부터 도서전에 참가했다는 그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에 남자가 너무 많아서’를 읽은 독자의 생생한 반응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민 대표는 “‘작년에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신간을 또 사러 왔다’는 말씀과 함께 ‘이제 진짜 남자 안 만날 거야’를 많이 구매해주셨는데, 가장 기쁘고 감사한 리뷰라는 생각을 했다”며 “우리 출판사의 책들은 동시대 여성들이 가지는 문제의식이나 목소리를 포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도서전에서 직접 독자분들을 만나는 자리가 기획자이자 작가인 내게도 큰 영감을 주곤 한다”라고 말했다.



ⓒ라우더북스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라우더 비디오

‘쉽고 재밌는’ 책을 만들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소통하며 독자들에게 부지런히 다가가고 있다. 지난 4월 개설한 유튜브 채널 ‘라우더 비디오’는 민 대표와 여성 창작자들이 여성의 시각에서 영화, 음악, 드라마 등에 대해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채널이다. 민 대표는 “특히 영화나 음악 등에 대한 콘텐츠나 분석은 많지만, 여성의 목소리나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느껴왔다. 아직은 작은 채널이지만 이런 시도 역시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시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서, 천천히 꾸준히 해나가 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9월에는 제4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윤지양 시인의 첫 에세이집 ‘쓰는 유령 : 그만두겠다면서 그만두지 못하는 시’를 출간한다. 쓰고자 하는 마음을 들여다볼 수도 없게 각박했던 날들과 별안간 다시 쓰고 싶어지는 순간들 사이를 오가는 젊은 시인의 기록을 담는다.


10월에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의 개봉 시기에 맞춰 해당 영화의 내용을 책으로 확장, 정리한 책 ‘호루몽 : 살아남은 여자 신숙옥의 투쟁기’(가제)를 출간한다. 영화 ‘호루몽’은 ‘카운터스’ 등을 만든 이일하 감독의 신작으로, 재일교포 3세 인권운동가 신숙옥의 모녀 3대 이야기와 그가 재일교포 차별에 맞서 싸우면서 승소한 재판, 두 개의 축으로 진행이 된다. 영화를 책으로 풀어내는 색다른 시도에 대해 민 대표는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긴 시간과 다양한 사건들을 더 자세하게 수록할 수 있는 책의 형태로 만들어서 영화와 함께 보면 보다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적화를 추진하게 됐다. 독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무척 궁금하고 떨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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