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앞두고 韓 투자 압박…협상 공백 최소화 관건

정다운 기자 (sanae@dailain.co.kr)

입력 2026.08.18 15:23  수정 2026.08.18 15:34

산업장관 16일 긴급 방미…2000억달러 투자 막판 조율

정부, 메모리 투자 요구설 일축…301조·쿠팡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각)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레드록 카지노 리조트 앤드 스파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한 후 춤추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을 재촉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 공백까지 겹치면서 대미 협상라인 재정비가 시급해졌다.


1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김정관 장관은 지난 16일 예정에 없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지난달 방미 이후 약 3주 만이다.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방미는 대미 투자 발표 지연과 통상교섭본부장 경질이 겹친 시점에 이뤄졌다. 미국의 투자 이행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협상 책임자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미국이 투자 이행을 재촉하는 이유로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가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선거 전에 한국의 투자 성과를 가시화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투자 성과를 선거에 활용하려면 9월에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며 “투자 발표가 늦어질수록 미국의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을 한국의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요구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산업부는 “반도체를 1호 후보 프로젝트로 논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1호 사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 등 에너지 분야가 우선 검토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메모리 투자 요구는 사업 변경보다 발표를 재촉하기 위한 협상 카드에 가깝다는 해석도 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미국은 중간선거 전에 가시적인 투자 성과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며 “우선 그동안 협의해온 에너지 사업을 발표하고 반도체는 후속 사업으로 넘겨 계속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 외에도 관세와 비관세 현안이 산적해 있다.


미국은 지난달 무역법 301조 강제노동 관세를 적용해 한국산 비면제 품목의 관세율을 최혜국세율과 합산해 12.5%로 맞췄다. 제조업 과잉생산 조사까지 별도 관세로 이어질 경우 일부 한국산 제품의 관세 부담이 한미 합의 수준인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비관세 분야에서는 쿠팡에 대한 국내 제재와 구글 등 미국 디지털 플랫폼 규제도 협상 변수로 거론된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이를 ‘미국 기업 차별’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도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지연이 무관하지 않다는 외신 분석도 나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차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대미 투자 전략투자 1·2차 사업 6건을 발표한 일본과 달리 아직 1호 사업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최일선에서 미국과의 협상을 맡아온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경질 인사가 난 것은 미국 측에 한국이 투자 이행을 의도적으로 늦추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5일 0시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직권면직된 이후 박정성 통상차관보 중심의 비상 업무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 협상이 특정 개인이 아닌 조직과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공백 없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후임 인선 전까지 김 장관과 박 차관보를 중심으로 미국 측 고위급·실무 협상 채널을 유지하는 게 과제로 꼽힌다.


허 교수는 “협상 중 본부장이 이런 방식으로 갑자기 경질된 사례는 보지 못했다”며 “김 장관이 미국 장관급 인사들과 직접 대화해 투자·관세 현안을 풀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받을 불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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