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몸집 키우는 ‘쿠팡 닮은꼴’ 징둥…이커머스 판 흔드나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8.19 07:31  수정 2026.08.19 07:31

법인·물류센터 이어 직매입까지…한국 시장 진출 '포석'?

정품·자체물류·빠른배송 강점…기존 C커머스와 다른 전략

악재 겹친 쿠팡 투자 부담↑…中 자본력 앞세운 징둥 변수로

징둥닷컴 자동 물류화 센터. ⓒ징둥닷컴

‘중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는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그룹(JD.com)이 한국에서 물류에 이어 상품 직매입까지 본격화하며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징둥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중국 현지에서 직매입과 자체 물류, 빠른 배송을 앞세워 성장한 만큼 향후 국내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쿠팡의 아성을 위협할 새로운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징둥닷컴은 지난 6월 한국에 전문 구매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상품 직매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12일 서울에서 징둥그룹과 공동으로 ‘징둥닷컴 직매입 입점 설명회 및 상담회’를 개최했다.


직매입은 해외 플랫폼이 대리업체를 거치지 않고 상품을 직접 사들여 현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대금 결제 등에 따른 부담과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소비재 기업 200여곳이 참여해 징둥 측 구매 담당자와 일대일 상담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9개사는 총 15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징둥은 향후 K뷰티와 식품 등 중국에서 수요가 높은 한국 소비재를 중심으로 직매입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징둥의 한국 상품 직매입 확대는 국내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과 대중 소비재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징둥닷컴 본사. ⓒ징둥닷컴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가 징둥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 확대에만 있지 않다.


징둥이 수년간 국내 법인과 물류 인프라를 차례로 확보하며 한국 내 사업 기반을 넓혀온 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징둥은 지난 2018년 징둥코리아를 설립해 한국 상품을 자사 플랫폼에서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22년에는 국경 간 운송업을 포함한 물류사업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징둥그룹의 물류 자회사 징둥로지스틱스가 인천과 경기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천센터는 펫커머스 기업 전용 창고로, 인천센터는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물류대행과 국내 뷰티기업의 수출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직매입 확대를 통해 국내 소비재 기업과의 거래 관계를 넓히고 상품 공급망을 확보할 경우, 향후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 시 초기 상품군과 셀러 네트워크를 빠르게 구축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기반을 바탕으로 징둥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기존 C커머스는 초저가 상품과 해외직구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해왔다.


반면 징둥은 중국 현지에서 직매입과 자체 물류망을 기반으로 빠른 배송 경쟁력을 구축하며 성장했다. 향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에도 이 같은 사업모델을 앞세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직매입을 통한 정품 유통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국내에 진출한 일부 C커머스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일부 C커머스가 가품·위조상품 등 품질과 신뢰도 문제를 지적받아온 것과 달리, 징둥은 상품을 직접 매입하고 유통 과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정품 중심의 유통 전략을 펼쳐왔다.


이에 징둥이 국내 B2C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저가를 앞세운 기존 C커머스를 넘어 빠른 배송과 정품·품질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징둥은 쿠팡과 마찬가지로 미국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해 성장한 만큼,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쿠팡의 아성을 위협할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징둥이 지난 2010년 중국에서 도입한 ‘211 배송’도 쿠팡의 ‘로켓배송’과 유사하다. 211 배송은 오전 11시 이전 주문 상품은 당일, 오후 11시 이전 주문 상품은 다음 날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유료 멤버십을 활용해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전략도 닮았다. 징둥은 ‘JD PLUS’, 쿠팡은 ‘와우 멤버십’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신선식품과 콜드체인, 판매자 대상 풀필먼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온 점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현재 쿠팡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징둥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쿠팡은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1년치 영업이익과 맞먹는 약 6247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세무 부담도 커졌다. 쿠팡은 2분기 공시를 통해 한국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 2억800만 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과세 추징 예고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에 따른 손실도 쿠팡 추산 약 35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 부담이 단순히 일회성 손실에 그치지 않고 향후 쿠팡의 투자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징둥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물류 인프라와 상품 공급망에 투자를 확대할 경우 쿠팡으로서는 기존 C커머스와는 다른 차원의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당일·새벽배송을 위해서는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등 인프라망이 효율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해 징둥도 이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투입될 경우 인프라 구축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만큼 위협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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