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년 떠나는 지역…일자리 숫자보다 정착 여건이 관건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7.31 12:00  수정 2026.07.31 12:00

고용정보원, ‘지역산업과 고용’ 여름호 발간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지역고용학회와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여름호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데일리안 AI 생성 이미지

지방소멸을 막으려면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과 주거, 교통, 문화 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역 일자리정책의 성과도 취업자 수보다 주민 정착과 산업 생태계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한국지역고용학회와 계간지 ‘지역산업과 고용’ 여름호를 발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호는 ‘지방 소멸 및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 정책 방향’을 주제로 청년 유출과 산업 기반 약화, 정주 여건 악화 문제를 다뤘다.


고용정보원은 지방소멸이 단순한 인구감소가 아니라 청년층 이탈과 지역 산업 위축, 생활 기반 약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지역 일자리정책도 취업지원과 단기 고용창출을 넘어 주민 정착과 지역활력 회복을 지원하는 통합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자 수보다 주민 정착


김태환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지역 일자리정책의 목표를 지역활성화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 같은 양적 지표만으로 성과를 평가하기보다 주민이 고용을 통해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가능한 생활 기반을 마련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핵심 과제로 단기 일자리 창출에서 지역 노동시장 생태계 구축으로의 전환, 산업 중심 접근에서 직무 중심 숙련 생태계 강화, 개별 사업 평가에서 지역 공동 성과관리 체계로의 개편을 제시했다.


류장수 부경대학교 교수는 지방 청년의 수도권 유출을 대학 진학 단계의 ‘1차 유출’과 취업 단계의 ‘2차 유출’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학 진학 때 지역을 떠난 청년이 취업 과정에서도 수도권에 정착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역소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류 교수는 지역인재 정책을 다양한 전공으로 확대하고 장학금과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 기회발전특구 등 지역 일자리정책을 연계해 지역대학 졸업생의 취업과 정착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산 증가가 정착으로 이어지지 않는 지역


황재희 전남대학교 교수는 전남 해남군 사례를 통해 지역 생산이 늘어도 소득과 고용, 정주로 이어지지 않는 가치사슬 단절 문제를 지적했다. 지역 일자리정책도 일자리 개수 확대보다 지역 안에서 생산과 가공, 유통, 서비스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마늘 젤라토와 수제맥주 등 지역 원물 상품화, 원도심 초콜릿 거리 조성, 유휴창고를 활용한 주민 참여형 전시 등을 사례로 들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지역 자원을 상품과 서비스로 연결해 새로운 고용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창업 지원만으로 고용과 정착을 보장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유형별 어려움을 해소하는 맞춤형 지원과 주거·문화·생활서비스를 결합한 정주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유화학 위기 하청에 집중


지역 주력산업의 인력 유출과 산업전환 문제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충북 제약산업은 지역에서 양성한 청년 인력이 수도권 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동하면서 중소·중견기업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임금과 근로조건, 경력개발 기회 부족뿐 아니라 주거·교통·문화 기반 부족도 청년 정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봤다. 지역기업과 연계한 실무훈련, 채용·보상 체계 개선, 주거비와 교통비 등 수요자 중심 정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수와 울산 석유화학산업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탄소중립 전환에 따른 고용 충격이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위기의 외주화’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지역별 산업구조를 반영한 산업·일자리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고 기업과 노동계, 지방정부, 교육훈련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기반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고용정보원장은 “이번 여름호는 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일자리 정책이 수행해야 할 역할과 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며 “지역에서 일하고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노동시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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