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털린 장관은 '영전'하고, 기업은 '과징금 폭탄' [박영국의 디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6.07.28 11:16  수정 2026.07.28 11:17

SKT에 과징금 1347억원…29일 KT 과징금 논의

기업 이미지 악화, 가입자 이탈, 소비자 보상에 과징금까지

중기부 창업자 정보 유출 처벌 전무…장관은 총리 영전

한성숙 국무총리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개인정보의 공공재(公共財) 시대가 열렸습니다. 개인도 허용하지 않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지도 않았지만 모두의 개인정보는 공공재가 됐습니다. 이동통신사부터 신용카드, 유통 플랫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혼정보회사, 정부 기관, 심지어 ‘따릉이’까지 털리고 또 털리다 보니 이젠 새로운 개인정보 유출 소식이 들려와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처음 한두 번은 충격이었고 이후에도 찝찝함은 남았지만, 일 년 넘게 꾸준히 털리는 과정에서 내성이 생기니 ‘날 잡아잡수’ 하는 식으로 ‘내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자조적 표현이 나온 겁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털린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모르니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개인정보를 수집한 기업·기관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철저히 대비해야겠죠.


그래서 정부가 나섰습니다. 기업들의 보안강화를 의무화하고 보안 관련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과징금을 비롯한 제재입니다. ‘왜 막지 못하고 털렸냐고 두들겨 패면 다시는 안 털리겠지’ 하는 마인드 같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첫 희생양인 SK텔레콤에 무려 1347억9100만원 규모의 과징금을 때렸습니다. 29일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KT를 제물로 올립니다.


고객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유출을 막지 못했으니 책임은 져야 하겠지만, 털린 기업들도 상황이 딱해 보입니다.


시범케이스가 된 SKT의 상황을 봅시다. 원래 스타트를 끊은 곳이 총대를 메게 돼 있습니다. 지난해 4월 SKT 서버 해킹으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은, 당시까지만 해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내성이 없었던 국민들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기업 이미지 악화는 물론, 영업중지, 유심 무료교체, 보상 이벤트, 가입자 이탈 및 위약금 면제 등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국정감사장에 끌려가 질타를 당하며 사태 수습을 지휘하던 대표이사는 결국 연말 인사에서 교체됐습니다.


SKT에 이어 비교적 이른 시기에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휘말린 KT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그나마 SKT의 선례가 있었으니 ‘대략 이 정도 두들겨 맞겠구나’ 하며 마음의 준비가 가능한 정도지 아픔의 강도는 별 차이 없어 보입니다.


이후로 이동통신사뿐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해킹 사태가 확산되며 해당 기업들을 향한 비난의 강도가 점점 희석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서상으로 앞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욕을 먹고 더 큰 손실을 감수하게 된 SKT와 KT로서는 억울할 법도 합니다.


이들을 더욱 억울하게 만들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 ‘모두의 창업’ 정보유출 사태의 처리 방식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예비 창업자 5000명의 개인정보뿐 아니라 창업 아이디어까지 털렸고, 이 과정에서 지원자들의 개인정보가 API 응답으로 구조화돼 노출되는 등 정부의 보안 관리 부실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을 꿈꾸며 정부를 믿고 지원한 예비 창업자들이 졸지에 핵심 자산을 도둑맞을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당시 최종 책임자였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사과 한마디만 던지고 곧바로 행정부 넘버2인 국무총리로 ‘영전’했습니다. 같은 사안으로 민간기업은 석고대죄를 하고도 줄기차게 욕먹고, 막대한 손실을 입고, 과징금까지 맞고, 대표이사도 쫓겨났는데 정부 부처의 수장은 영전을 하다니, 누가 봐도 공정한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한 총리와 중기부 직원들이 고의로 정보를 유출한 것도 아니고, 프로젝트 참가자 지원 역할을 했던 AI솔루션 업체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항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항변은 기업도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해해 줬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정보를 털린 기업들을 하나 둘씩 제물 삼아 푸닥거리하고 있습니다. 29일 KT 관련 처분안이 논의되는 개보위 전체회의도 그 연장선상에 놓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개인정보 유출을 처리하는 ‘관(官)용 잣대’와 ‘민간용 잣대’의 규격이 왜 이리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의 실수는 불가항력이니 이해해 달라며 민간 기업의 실수는 철퇴를 가한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논리입니다. 공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처벌의 당위성도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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