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 극장가를 겨냥한 블록버스터들이 특별관을 중심으로 관객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호프'는 SCREENX·4DX·돌비시네마에서 높은 객석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고,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SCREENX를 고려한 제작 방식으로,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의 전편 IMAX 필름 촬영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작품마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극장에서만 구현할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호프'·'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오디세이' 포스터ⓒ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소니 픽쳐스·유니버설 픽쳐스
여름 성수기 특별관 경쟁은 지난 15일 개봉한 '호프'에서 시작됐다. 한국 영화 최대 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호프'는 거대한 크리처와 자동차·말 추격전, 광활한 자연 풍광을 SCREENX와 4DX 등 특별관 포맷으로 구현했다. CGV에 따르면 개봉 첫 주 SCREENX와 4DX 객석률은 모두 40%에 육박했고, SCREENX와 4DX를 결합한 통합관은 50%에 가까운 객석률을 기록했다. 이는 각 포맷 기준 올해 개봉작 평균 객석률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SCREENX는 숲과 도로를 배경으로 한 추격 장면을 3면 스크린으로 확장해 공간감을 살렸고, 4DX는 모션체어와 바람, 진동 등 환경 효과를 활용해 자동차와 승마 추격, 총격 액션의 현장감을 구현했다.
바통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이어받는다. 이 작품은 한국의 CJ 4DPLEX와 소니 픽처스가 제작 초기부터 협업해 SCREENX 상영을 전제로 촬영과 연출을 설계한 첫 할리우드 작품이다. 완성된 영화를 SCREENX에 맞게 후반 작업으로 변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약 90분 분량을 SCREENX로 제작했으며, 웹스윙과 고공 액션 등 주요 장면은 좌우 벽면을 넘어 천장까지 화면을 확장한 4면 SCREENX로 구현된다. 일반 상영관보다 넓은 화면비(1.90:1)를 활용한 점도 특징이다. 국내 특별관 기술이 상영 단계를 넘어 할리우드의 제작 과정에까지 반영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는 특별관 자체보다 극장에서 구현할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으로, 이를 위해 놀란 감독과 IMAX는 기존 장비의 무게와 작동 소음을 개선한 차세대 IMAX 카메라를 공동 개발했다. 91일 동안 약 210만 피트(약 640㎞) 분량의 필름을 촬영하며 65㎜ 필름 특유의 해상도와 질감을 구현했다. IMAX 상영을 위한 후반 작업이 아니라 IMAX의 표현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촬영 기술부터 새롭게 설계한 사례라는 점에서 기존 접근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다만 IMAX 70㎜ 상영관은 전 세계 41곳뿐이며 아시아에는 없어 국내에서는 디지털 IMAX가 사실상 최상의 관람 환경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특별관이 단순한 프리미엄 상영관을 넘어 블록버스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OTT와 차별화되는 '극장에서만 가능한 체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형 SF와 액션 영화를 중심으로 특별관 선호 현상도 뚜렷해졌다.
실제 흥행 지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외화 흥행작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전체 매출의 30.2%를 특수상영 포맷에서 거뒀다. 앞서 '탑건: 매버릭', '듄', '아바타'시리즈 등 대형 블록버스터 역시 IMAX와 SCREENX 등 프리미엄 상영관이 흥행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작일수록 일반관보다 특별관을 선택하는 관람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특별관이 단순한 상영 포맷을 넘어 제작 단계부터 고려되는 요소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완성된 영화를 특별관에 맞춰 상영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촬영 단계부터 상영 환경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극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이 블록버스터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특별관은 상영 공간을 넘어 영화 제작 과정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특별관 확대가 모든 영화에 동일한 기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IMAX와 SCREENX, 4DX 등 프리미엄 상영관은 대형 액션·SF·판타지 등 시각적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를 중심으로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상영관과 회차가 이들 작품에 집중되면서 중소 규모 영화는 특별관 편성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업계에서는 특별관 경쟁이 심화될수록 블록버스터와 비(非)블록버스터 간 흥행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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