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집단분쟁 첫 판결에 여행업계 '긴장'…'을들의 싸움' 장기화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7.27 07:03  수정 2026.07.27 07:03

집단 환불소송 1심서 소비자 일부 승소

법원 "여행사가 환불해야" 판결

여행사 환불 부담 현실화 가능성

사진은 과거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티몬 사옥의 모습.ⓒ뉴시스

여행사의 환불 책임을 인정한 법원의 첫 판단에 여행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둘러싼 첫 집단분쟁 1심에서 법원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와 달리 전자결제대행(PG)사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최종 판결이 향후 여행사와 PG사 간 책임 공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최근 티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자 598명이 여행사와 PG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여행사를 상대로 한 청구는 대부분 인용했지만 PG사에 대한 청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 약 3000명이 5개 그룹으로 나눠 제기한 공동소송 가운데 처음 나온 1심 판단이다.


여행업계가 이번 판결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정산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인 여행사가 소비자 환불 책임까지 떠안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행상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PG사를 통해 결제대금을 플랫폼에 정산하고, 플랫폼은 이후 입점 판매사인 여행사에 판매대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티메프 미정산 사태 당시 티메프는 여행사에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했고, 여행사는 정산금을 받지 못한 채 소비자에게 환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소비자들은 결제대금이 PG사를 거쳐 티메프로 전달된 만큼 PG사 역시 결제·정산 과정에 참여한 사업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여행사와 함께 소송을 청구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2024년 여행사가 최대 90%, PG사가 최대 30%의 범위에서 연대해 환불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조정한 바 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이 폐쇄돼 있다.ⓒ뉴시스

하지만 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소비자와 직접 여행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여행사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여행사의 환불 책임을 인정한 반면, PG사에 대해서는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환불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직 항소와 상고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결론까지는 2~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판결이 남은 2, 3심과 타 그룹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여행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행업계는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도 유지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쟁 등 대외 변수로 여행 수요가 둔화하며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환불 부담까지 현실화되면 업계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여행사의 경우 연쇄 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법적 분쟁의 시작이 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플랫폼의 미정산으로 시작된 티메프 사태가 소비자와 여행사, PG사, 카드사 간 책임 공방으로 확산되면서 '을(乙)들의 싸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1심 판결대로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환불을 마치게 된다면, 여행사는 PG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 PG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향후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는 여행사들이 PG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며 “여행사로서는 최종 판결과 이후 책임 분담 문제까지 계속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은 티메프의 미정산에서 비롯됐지만, 실제 법적 분쟁은 소비자와 여행사, PG사, 카드사 등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끼리 책임을 나누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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