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단호한 금융당국…'눈치보기' 들어간 은행권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7.16 07:07  수정 2026.07.16 07:07

GDP 대비 비율 줄어도 여전히 경고등

은행권 하반기 대출 문턱 더 높아질 듯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금융정책 국민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고강도 규제 기조를 유지한단 방침이다.


최근 경기 지표가 다소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 가계부채의 절대적인 규모가 너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관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율 1.5% 관리 목표를 완화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현재 1.5% 증가율에 대해서는 완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0.5% 증가하는 등 지표상 개선 흐름이 나타났지만,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국은 명목 GDP의 견조한 성장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락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부채의 절대적 수준 자체가 높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선진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평균 60% 중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80% 후반대로 주요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가계부채 총량 관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핵심 배경이다.


현시점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도를 낮출 경우 자칫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크단 점이 작용하는 분위기다.


신 처장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며 "부동산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로의 자금 쏠림이 지속되면 생산적 금융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책서민금융 등이 이미 가계대출 관리실적 산정에서 예외로 인정받는 만큼, 대출 규제의 예외를 넓히거나 목표치 자체를 상향 조정할 명분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대출 가이드라인 제시를 넘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취급 유인을 직접 낮추기 위한 자본규제 강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앞서 주담대 위험가중치(RW)를 15%에서 20%로 상향한 데 더해 고액·고DSR, 고가주택·높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다주택자 등 고위험 주담대에 추가 자본 적립을 추진한다.


이에 은행권은 대출 포트폴리오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강제 받게 됐다.


은행들은 규제 페널티를 감수하며 주담대를 늘리기보다, 자본 부담이 적고 당국이 장려하는 기업대출 등 생산적 금융 분야로 자금 운용의 무게 중심을 옮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국의 단호한 의지가 확인되면서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대출 정책 수립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KB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하는 선제적인 규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개별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조치이며 타행에 동일한 조치를 강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은행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식적으로는 개별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일 뿐 정해진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밝혔지만, 명확한 총량 목표를 제시한 이상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 문턱을 낮추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주담대 축소 이후 우리은행 역시 16일부터 영업점별 월간 주택 관련 대출 판매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감당해야 할 당국의 모니터링 강도와 여론의 부담을 고려할 때 다른 은행들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대출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히려 특정 은행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발생할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에서 대출이 막히거나 한도가 깎인 실수요자들이 다른 시중은행으로 몰릴 경우, 해당 은행들의 대출 총량이 급격히 늘어나 규제 한도를 넘어설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타 시중은행들도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본격적인 눈치 보기에 나선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 은행의 한도 제한으로 밀려난 가수요가 타행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은행권 전반으로 대출 규제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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