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역설] 가계부채 잡는다더니…벼랑 끝 고금리 내몰린 서민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7.18 07:07  수정 2026.07.18 07:07

당국 압박, 시중은행 줄줄이 대출 ‘빗장’

자금 절실한 취약차주, 카드론·대부업 ‘기웃’

부채 질적 악화 부추겨…“기계적 규제 한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따라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 취약차주들은 제도권 밖 금융으로 밀려나고 있다.ⓒ뉴시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


억눌린 대출 수요는 제도권 밖 사금융까지 이동할 수 있단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만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자체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연간 목표치를 상당수 채운 탓이다.


지난 9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360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907억원 늘었다.


올해 당국과 협의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액인 4조3400억원의 78.1%를 상반기에 소진한 셈이다. 연말까지 남은 한도는 9493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하고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하는 한편, 대출 갈아타기를 위한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등 조치에 나섰다.


마이너스통장 한도도 제한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이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까지 축소했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풍선효과도 나타난다.


당장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해야 하거나 생활비 등이 시급한 차주들은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을 넘어 최후의 보루로 통하는 대부업까지 발길을 옮기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카드사 9곳의 카드론 잔액은 43조2534억원으로 한 달 전 대비 2704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부업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 2022년 말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던 대부업권 대출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은 13조14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 확대됐다.


대부업 이용자는 같은 기간 70만8000명에서 3.2% 증가한 7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이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부업권 문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이처럼 비은행권으로의 풍선효과가 두드러지자 금융당국은 카드사는 물론 대부업체까지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대출 수요의 쏠림이 잡히지 않으면 추가 규제도 검토한단 방침이다.


시장에선 정부 규제로 대출 공급을 억제하는 탓에 서민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과 고리채의 늪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도권 금융 밖으로 차주들이 점점 밀려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금융·상생금융의 의미 역시 퇴색되고 있단 지적이다.


금융권 안팎으론 가계부채 총량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기계적인 규제가 결과적으로 취약계층, 서민들의 금융 절벽을 심화시킨단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신용자, 중·저신용자 할 것 없이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특히 취약차주들은 카드론, 보험약관 대출을 비롯해 대부업이나 사금융까지 내몰릴 위협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은 벼랑 끝에 서서 더 이상 내몰릴 곳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규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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