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국내여행 수요 소폭 증가
숙박비 급등·콘텐츠 부족에 '대체재' 인식 여전
전문가 "가격 관리·콘텐츠 혁신 필요"
제주국제공항.ⓒ뉴시스
고환율 여파로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여행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국내 관광의 경쟁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여행의 대체재로 국내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을 뿐, 정작 국내여행 자체의 매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대체 여행지로 국내여행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국민여행조사 1분기 결과(잠정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여행 횟수는 8513만8000회로 전년 같은 기간(7298만3000회)보다 16.7% 증가했다. 여행 일정으로 보면 당일치기(63.7%)가 가장 많았고, 1박2일(26.7%), 2박3일(7.7%) 순이었다.
특히 휴가철이 있는 여름 성수기 국내 여행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스피디아 산하 호텔스닷컴이 발표한 여름 여행 트렌드 보고서 ‘언팩 26 여름 에디션’에서도 한국인 여행객의 56%가 지난해 여름보다 올해 국내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스카이스캐너가 발표한 ‘2026 K-직장인 여행 트렌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가 “짧게 자주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했고,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인 응답자는 89%에 달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행지 자체의 매력 상승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고환율 현상에 따른 일시적인 반사이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2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01.6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처음으로 분기 평균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다.
여행객들이 국내여행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성수기마다 반복되는 숙박요금 급등이 꼽힌다.
여기에 지역마다 비슷한 관광 콘텐츠가 반복되면서 국내여행에 식상함을 느끼는 여행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여행객들이 국내여행을 기피하는 이유로는 숙박시설 가격(69.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식음료 가격(41.1%), 관광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33.1%), 과도한 상업화(27.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열린 BTS 부산 공연 당시에도 일부 숙박업소가 여행객을 상대로 과도한 숙박요금을 책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업소는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숙박료를 대폭 인상해 다시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여행 성수기인 올여름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트립닷컴의 도시별 호텔 데이터에 따르면 강원 속초시의 평균 숙박요금은 지난달 24만3000원에서 이달 29만7000원으로 약 22% 상승했다. 부산 역시 같은 기간 22만2000원에서 24만3000원으로 약 9% 올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실제 이동거리보다 여행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성수기 숙박비 부담이 커질수록 '이럴 바에는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국내여행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산업이 환율이나 해외여행 수요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의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에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지역별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를 확대하고 성수기 과도한 가격 인상 관행을 개선하는 등 국내여행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여행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성수기라고 하더라도 과도한 가격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숙박요금 관리와 관광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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