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시대 만나는 ‘깊은’ 서사…천명관·은희경이 남기는 여운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7.07 01:57  수정 2026.07.07 01:57

10년 만에 만나는 천명관 작가의 찬란한 선율

은희경 작가, 7년만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 출간

오랜만에 돌아온 거장들의 소설이 독자들에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소재도, 메시지도 다르지만, 깊이 있는 전개를 통해 곱씹을만한 질문을 던져 독자들의 반가움을 자아낸다.


천명관 작가는 10년 만에 낸 장편소설 ‘아코디언’을 통해 한국전쟁 직후 1950년대 서울로 돌아가 생의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피난길에서 엄마의 손을 놓쳐 고아가 된 동이의 인생을 방대한 서사로 풀어내는 작품. 앵벌이 움막으로 떠밀려간 동이가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이는 물론, 앵벌이 움막에서 만난 아이들이 경쟁하고, 또 연대하는 과정이 천명관 작가 특유의 펄떡이는 표현으로 눈앞에 펼쳐지듯 선명하다.


중반 이후 동이가 낡고 붉은 아코디언 한 대를 만나 자신과 아이들의 삶을 바꿔 나가는 처절한 과정이 먹먹함을 남기기도 한다. 이를 통해 천명관 작가는 폐허 속에서도 끝내 피어나는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천명관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저는 독자들이 ‘아코디언’을 읽는 동안, 가슴이 울컥해서 잠시 책장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아코디언’은 따라가기 무겁고, 힘든 서사지만, 그만큼 묵직한 메시지가 남기는 여운도 길다.


은희경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시간의 감촉’은 노년의 자매 이야기로 삶의 의미를 파헤친다. 소설은 주인공 안나, 경선 자매의 일상을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매지만 그리 가깝지 않았던 두 사람이 경선의 신장에서 종양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이때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내며 삶과 나이 듦, 일상의 의미를 되짚게 한다.


출판사는 “한 사람의 몸에 깃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매 시간 맞이하는 미래 모두를 감각하게 하는 소설”이라고 ‘시간의 감촉’을 설명하며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든 언제나 삶의 순간순간마다 살아내야 할 ‘첫’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번 소설은 오래도록 끊임없이 읽히며 회자될 은희경 소설의 경이로운 성취”라고 말했다.


시대적 배경도, 소재도 다르지만, 깊이 있는 서사를 통해 ‘곱씹을 만한’ 메시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거장의 면모가 느껴진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소설’이 인기 장르가 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프로젝트 헤일메리’,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자몽살구클럽’, ‘안녕이라 그랬어’ 등이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자몽살구클럽’을 쓴 한로로 작가는 앨범 세계관을 책으로 확장하는 새 시도를 보여줬으며,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는 배우 박정민의 추천사로 주목받은 ‘혼모노’의 성해나 작가는 젊은 층에게 ‘넷플릭스보다 더 재밌는’ 소설의 재미를 젊은 독자들에게 선사하기도 했었다.


이렇듯 젊은 작가들의 반가운 활약이 ‘텍스트힙’(독서는 힙하다) 열풍을 이끄는 상황 속, 거장들은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이유를 독자들에게 알려준 셈이다. 숏폼 시대, 거장들의 곱씹어야 의미 있는 작품들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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