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증거 인멸한 경찰父, 처벌 불가…'친족 특례' 개정 필요성은 [법조계에 물어보니 734]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7.02 13:07  수정 2026.07.02 14:15

장윤기 아버지, 아들 원룸에 있던 리얼돌 등 일부 증거 폐기 정황

법무장관 "현직 경찰관 아버지가 중요 증거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제재 어려운 현실"

법조계 "증거인멸은 국가 사법 기능 방해하는 범죄"

"친족 개념 너무 광범위해…주체·행위 축소하거나 폐지 고려해야"

장윤기ⓒ뉴시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 살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 일부를 현직 경찰인 아버지가 훼손·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주요 증거를 인멸한 행위임에도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법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법조계에서도 "적극적인 사법 방해 행위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재산 범죄인 친족상도례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결국 개정됐듯이, 이 증거인멸 특례 역시 법 개정이 논의돼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담하고 황당한 일"이라며 "'광주 여학생 피습 살인 사건'의 범인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신분으로 주요 증거를 인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제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형법 제155조 4항에 따라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지만, 친족이 가족을 위해 같은 죄를 범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 월계동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하려던 고등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고, 과거 아르바이트 동료였던 베트남 국적 여성에 대한 스토킹 및 성폭행 혐의도 더해진 상태다.


당시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장윤기가 사는 원룸에 있던 리얼돌을 폐기한 정황을 파악했다. 장윤기의 아버지는 또 아들이 중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사용했던 구형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여러 대도 소각해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장윤기ⓒ연합뉴스

리얼돌은 검찰이 장윤기의 여고생 살해 범행의 목적을 성범죄로 판단한 핵심 증거였다. 실제 리얼돌에는 장윤기가 일련의 범행에 앞서 목 부위 등을 흉기로 훼손한 자국이 다수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장윤기가 살았던 원룸을 압수수색 하면서 확보한 리얼돌 촬영 영상을 토대로, 증거 확보에 나섰다가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리얼돌은 압수되지 않았고, 검찰은 압색 당시 촬영 영상을 토대로 장윤기의 성범죄 관련 동기를 추가 규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초 경찰이 형법상 살인 혐의로 송치한 사건을 강간 등 살인 혐의로 바꿔 재판에 넘겼다. 다만 '친족은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특례를 고려해 장윤기의 아버지를 형사입건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국가의 사법 기능을 마비시키는 적극적 증거인멸 행위에는 친족 특례를 제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법에서는 내 부모, 내 자식이 수사기관에 잡혀가게 생긴 상황에서 이를 가만히 두고 보거나, 오히려 증거를 그대로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고 그러한 친족에게 비정한 행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증거인멸은 국가의 사법 기능을 방해하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 증거를 만들어 수사기관을 속이고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수준의 적극적인 사법 방해 행위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재산 범죄인 친족상도례가 시대의 변화에 맞춰 결국 개정됐듯이, 이 증거인멸 특례 역시 법 개정이 논의돼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형법 제155조 제4항은 친족 내지 동거가족의 경우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 내지 범인도피를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되어 있다"며 "그런데 친족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할 뿐 아니라 소극적 인멸, 도피가 아닌 이 사건과 같이 적극적인 행위의 경우에도 처벌하지 않는 건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수정·보완이 필요할 듯하다. 이에 주체, 행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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