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공동제작 펀드·플랫폼·지원제도 구축
아시아 콘텐츠 시장에서 국제 공동제작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가별 산업 규모와 시장 환경은 다르지만, 해외 시장 진출과 투자 유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발간한 '더 에이 리포트'에 따르면 국제 공동제작은 현재 아시아 콘텐츠 산업을 관통하는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공동제작이 제작비를 분담하거나 해외 촬영을 위한 제한적인 협업 형태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투자 구조 다변화와 해외 시장 진출, 글로벌 IP 확장 등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OTT 플랫폼 확산 이후 콘텐츠 수요는 증가했지만 제작비 역시 빠르게 상승했다. 반면 투자 환경은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변하면서 단일 국가나 기업이 프로젝트의 위험을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공동제작은 이러한 부담을 분산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와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내수시장의 한계 역시 공동제작 확대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시아 다수 국가는 자국 시장만으로는 대형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수익 회수가 쉽지 않은 구조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 단계부터 해외 파트너를 확보하고 글로벌 관객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완성된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국제 협업을 전제로 하는 제작 방식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 포스터·'Sunshine Women's Choir' 스틸
실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한국과 공동제작한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가 현지 흥행 성과를 기록하며 협업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만에서는 한국 영화 '하모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IP 기반 협업 사례로 주목받았다.
각국은 공동제작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태국은 민간 기업 주도로 범아시아 공동제작 플랫폼 '커먼 그라운드'를 출범시키며 국가 간 협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세제 혜택과 영화 지원 정책을 통해 중앙아시아 공동제작 거점 역할을 강화하고 있으며, 홍콩은 유럽·아시아 공동제작 지원 제도를 신설해 새로운 협력 파트너 발굴에 나서고 있다.
정책과 펀드를 중심으로 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대만콘텐츠진흥원은 국제 공동개발 프로그램과 글로벌 IP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필리핀과 싱가포르 역시 정부 주도의 지원 정책을 통해 국제 협력 체계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독립영화계에서는 공동제작이 자금 조달과 국제 배급을 위한 주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란 역시 주변 국가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공동제작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은 실질적인 제작비 지원을 통해 국제 공동제작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공동제작지원펀드를 신설했다. 올해는 지원 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하며 국제 협업 프로젝트 발굴에 힘을 싣고 있다. 제작비 상승과 투자 위축이라는 산업 환경 속에서 공동제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공동제작 확대가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다른 제작 환경과 제도, 수익 배분 구조를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존재하며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변수도 적지 않다. 공동제작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각국이 협업을 통해 시장 확대와 창작적 다양성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균형 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아시아 콘텐츠 산업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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