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는 아틀라스 등장…현대차, 월드컵을 ‘로봇 쇼룸’으로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5.29 09:17  수정 2026.05.29 09:17

FIFA 월드컵 2026 앞두고 ‘스쿨 오브 풋볼’ 캠페인

아틀라스, 발놀림·패스·슈팅 거쳐 고난도 기술 구현

훈련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패스 동작을 훈련하는 장면ⓒ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2026 FIFA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공을 차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면에 세웠다.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서 차량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통해 로보틱스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9일 아틀라스가 축구 동작을 학습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담은 ‘스쿨 오브 풋볼’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상은 현대차의 월드컵 캠페인 ‘넥스트 스타트 나우’의 일환이다. 전 세계 팬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축구를 매개로,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교하게 학습하고 실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캠페인은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현대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순차 공개됐다. 아틀라스가 축구에 관심을 갖게 되는 론칭 필름을 시작으로, 발놀림과 패스, 슈팅 등 기본 동작을 익히는 훈련 영상까지 총 5편으로 구성됐다.


후반부로 갈수록 동작 난도는 높아진다. 아틀라스는 다리를 꼬아 차는 축구 개인기인 ‘라보나 킥’을 연습한 데 이어, 최종 영상에서는 페인트 동작을 더한 ‘고스트 라보나 킥’까지 구현한다.


지난 28일까지 공개된 론칭 필름과 훈련 영상 3편은 공개 5일 만에 누적 조회수 3300만 회를 넘어섰다. 27일에는 현대차 브랜드 앰배서더인 손흥민 선수가 아틀라스의 축구 동작을 보고 반응하는 영상도 공개돼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훈련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라보나 킥을 성공시키는 장면ⓒ현대자동차

겉으로 보면 흥미를 끄는 월드컵 마케팅이지만, 기술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피지컬 AI 전략의 시연에 가깝다. 로봇이 축구 동작을 수행하려면 공을 차는 다리의 궤적만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중심을 잃지 않도록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제어해야 하고,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의 균형, 무게중심 이동, 회전 동작, 공과 접촉하는 타이밍까지 계산해야 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번 영상에는 컴퓨터그래픽(CG)이 사용되지 않았다. CES 2026에서 공개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실제로 훈련을 거쳐 동작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아틀라스는 축구 선수의 움직임 데이터를 모델링한 뒤, 강화학습을 통해 반복적인 성공과 실패를 거치며 최적의 동작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훈련됐다.


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전신 제어 기술과도 맞닿아 있다. 공장, 물류, 재난 현장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려면 정해진 자세만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비정형 자세에서도 균형을 유지하고, 주변 환경에 맞춰 동작을 바꾸는 능력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월드컵 마케팅에 로봇을 전면 배치한 것은 후원 방식의 변화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오랜 기간 FIFA 월드컵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며 대회 운영 차량 지원 등을 맡아왔다. 이번에는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브랜드에서, 미래 이동과 인간-로봇 협업 경험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확장하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다음 달 4일 캠페인 제작 과정을 담은 메이킹 필름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영상에는 아틀라스 훈련을 주도한 보스턴다이나믹스 관계자 인터뷰가 담긴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축구 동작 뒤에 숨어 있는 로봇 학습 과정과 휴머노이드 기술 고도화 방향, 향후 로보틱스 사업 비전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를 피지컬 AI 시장의 주요 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내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에서 훈련시키고, 향후 산업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월드컵 캠페인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부사장은 “축구를 통해 로보틱스의 미래를 흥미롭고 인간 중심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에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모빌리티와 로보틱스를 활용한 다양한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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