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학회, 춘계 학술세미나
금투세 재추진 의제 다뤄
전문가 대부분 ‘필요한 제도’ 공감
조세 저항 극복, 치밀한 설계 강조
한국조세학회가 22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춘계 학술세미나를 하고 있다. ⓒ한국조세학회
2024년 폐기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재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이 크게 늘면서 ‘조세 저항’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만 금투세 자체는 필요한 제도고, 이에 따라 더욱 정밀한 제도 정비로 주식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세학회(학회장 손원익)는 지난 22일 서울 상공회의소 8층 대회의실에서 ‘2026 한국조세학회 춘계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이상엽 경상국립대학교 교수는 ‘금투세 주조 쟁점분석 및 합리적 제도 설계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금투세 도입 배경과 정책 변화 과정 전반에 관해 설명하며 주요 쟁점으로 8가지 요소를 꼽았다.
우선 국내 주식 시장이 받을 충격이다.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주식 시장 자금이 부동산 또는 해외 주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음으로 국내 주식·채권 투자가 크게 늘어난 현실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가 확대하면서 납세협력비용 증가 문제가 발생했다. 납세협력비용은 세금 자체를 제외하더라도 납세자가 세금 신고부터 납부까지 드는 제반 비용을 뜻한다.
공모 펀드와 과세 형평성 문제를 유발하는 ‘사모펀드 기본공제(250만원)’도 논란 중 하나다.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연간 5000만원 이익까지 공제하는 데,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공제 금액이 250만원이다.
비슷한 문제로 국내 주식과 그 외 금융상품 간 기본공제 차등 적용도 쟁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국내 상장주식의 전면 과세에 따른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한 정책적 고려로 이해하나, 이는 과세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고 결국 결손금 처리 절차도 복잡해진다”고 지적했다.
금투세가 장·단기 구분 없이 20~25% 세율을 과세하는 것도, 장기투자에 대한 배려 부족 문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은 오래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가 있다. 반면 금투세는 주식을 오래 보유했다고 해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장치(장기보유특별공제)가 없다.
이 때문에 단기 매매로 차익을 낸 투자자와 10년 이상 기업의 성장 가치를 믿고 묻어둔 장기 투자자가 동일한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 밖에도 원천징수 방식의 문제와 부양가족공제 제외, 건강보험료 부과대상 소득 여부 등을 금투세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향후 금투세를 재추진한다면 탄력세율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현재 복수세율 체계(20·25%)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시행 초기는 낮은 탄력세를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세율을 인상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탄력세 적용과 함께 ISA 계좌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해 이를 이용한 투자 활성화를 이끌면 금투세가 미칠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주식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이월공제 기간을 확대하거나, 제한하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기존 금투세는 이월공제 기한을 5년으로 제한했다.
코스피가 장중 81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5월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삼성전자, 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뉴시스
장기투자 추가 혜택에는 찬반 의견 엇갈려
이 외에도 원천징수 방식에서 신고납부 방식으로 전환하고, 사모펀드와 공모펀드의 기본공제 동일 적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장기투자에 대한 추가 혜택에는 반대했다. 이 교수는 “주식양도세를 부과하는 대부분 국가들은 분류과세 이외 장기투자에 대한 별도 배려가 없다”며 “최근에는 장단기 구분 없이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금투세가 소득세법 개정으로 폐지됐지만, 여전히 현형 금융세제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며 “금투세 근본 틀은 형평성, 중립성, 합리성 측면에서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평가했다.
발표 후 이어진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금투세 폐지 배경으로 납세자 ‘조세 저항’을 들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는 상당히 좋은 제도이고 합리적인 제도인데 폐지가 된 것은 정치적 희생이었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금투세 도입으로) 국내 (주식) 시장 충격이 엄청날 거라는 허상에 사로잡혀서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자 가운데) 1%밖에 세금을 안 내는데 이들 때문에 자금이 이탈하고, 개미 투자자가 손실을 본다는 입증 안 된 사실로 오도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제도를 재도입한다면 국내 시장에 미칠 충격이라는 게 허상이라는 걸 잘 보여줘야 할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탄력세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국민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상현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투세 또한 거래세다. 그래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기본적으로 거래 자체에 효율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지금 금투세가 금융상품 간 다른 과세 체제를 통합해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하는 데, 거꾸로 생각해 보면 (상품 간 과세가) 오히려 효율적으로 과세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금융상품 간 가격 탄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가격 탄력성이 높은 재화에 비해 작게 과세하는 게 맞다. 금투세 도입 과정에서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평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금투세는 원칙적으로 타당한 방향이지만 제도 신뢰와 투자자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현실적으로 안착하기 어렵다”며 “금투세 재논의는 재도입 여부보다 제도 신뢰, 과세체계 단순화, 투자자 수용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지방세제연구실장은 “발표자기 지적한 여러 문제점에 공감하고, 특히 쟁점으로 꼽은 내용이 해결돼야 금투세를 재도입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특히 그중에서도 기본공제 액수를 어느 정도로 축소할 것인지에 대해 방향을 잡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실장은 탄력세 도입에 관해 “탄력세는 어떻게 보면 전액 감면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장 혼동을 고려한다면 탄력세율보다는 조세 특례로 접근하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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