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HPV 신고자 4년 새 82.9% 증가
감염 증가세 속 HPV 질환 부담 확대
“초기 증상 거의 없어…예방접종 통한 선제 대응 필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최근 남성의 두경부암 발생과도 연관성을 보이면서 예방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두경부암의 한 종류인 구인두암은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삼킴 불편감, 목 이물감 등의 증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자궁경부암 바이러스’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경고가 나온다. 그동안 여성 건강 이슈로 인식됐던 HPV가 최근 남성의 두경부암 발생과도 연관성을 보이면서다. 감염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예방접종을 통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HPV 신고자 수는 2020년 1만945명에서 2024년 1만4534명으로 약 32.8% 증가했다. 특히 남성은 같은 기간 117건에서 214건으로 82.9% 늘어나 증가 폭이 더 컸다. 2014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국내 남성 4만40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전체의 59%가 HPV DNA 양성 반응을 보였다.
HPV는 피부와 점막, 생식기 등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대부분 성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흔히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바이러스가 체내에 지속적으로 남을 경우 외음부암, 항문암, 구인두암, 생식기 사마귀 등 다양한 암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인유두종협회는 전 세계 암 발생의 약 5%가 HPV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두경부암 설명 이미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근 의료계가 주목하는 것은 HPV와 관련된 두경부암 증가다. 두경부암은 두개저부터 상부 식도까지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구강과 비강, 침샘, 인두, 후두 등 다양한 부위에서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매년 5000명 이상이 새롭게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경부암의 한 종류인 구인두암은 편도와 혀 뒷부분, 연구개 주변 등에 발생하는 암으로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삼킴 불편감, 목 이물감 등의 증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두경부암은 흡연과 음주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실제 환자의 약 70~85%가 흡연력과 관련이 있으며, 흡연과 음주를 함께 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은 최대 15~20배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질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흡연 경험이 없는 환자가 늘고 있는 데다, HPV 감염과 연관된 구인두암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과거 생활습관 중심으로 설명되던 두경부암 발생 원인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현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MSD 미디어 세션에서 “전 세계 남성 3명 중 1명은 HPV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영국에서는 구인두암 발생 건수가 자궁경부암을 넘어섰고 국내에서도 관련 암의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PV는 대부분 자연 소멸되지만 체내에 남는 경우 특정 암과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남성은 바이러스가 제거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무증상 상태에서도 본인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인두암(혀뿌리암) CT 검사 사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전문가들은 HPV 관련 두경부암의 경우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준욱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두경부암센터장)는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 당시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고 평균 5년 생존율도 50~60% 수준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라며 “다만 조기에 발견하면 80% 이상 완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입안 궤양이 오래 지속되고 쉰 목소리가 계속된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예방접종’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HPV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대상을 기존 여성 중심에서 만 12세 남자 청소년까지 확대했다. 대상은 2014년생 남자 청소년으로, 2026년 기준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며 출생 월과 관계없이 접종이 가능하다.
김동현 교수는 “HPV는 성접촉으로 감염되는 만큼 어린 나이에 접종할수록 예방 효과가 높다”며 “권장 연령을 넘겼더라도 성인기에 접종하면 HPV 관련 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욱 교수는 “HPV 예방접종은 더 이상 여성만을 위한 백신이 아니다”라며 “남성에게도 구인두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적인 건강관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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