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쟁의 땐 노조 손배 책임 제한
결국 삼성·국가만 떠안게 되는 리스크
이재명 "세전 영업익 배분, 투자자도 못하는 일"
고객 이탈·국가경제 충격 우려 확산
(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우)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산업계 안팎에서는 최대 100조원대 경제적 손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 실적 악화는 물론 글로벌 고객 이탈과 국내 공급망 충격, 국가경제 후폭풍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현행법상 합법 쟁의로 인정될 경우 노조에 실질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려워 "피해는 삼성과 국가경제가 떠안는 구조"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현재 고용노동부 장관의 주재로 마지막 노사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까지 3차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노조 측에서 "적자 나는 부서에도 대규모 성과급을 보상하라"고 요구한 점을 사측에서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성과주의' 경영 원칙이 흔들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장 오는 21일 총파업 돌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24시간 공정이 멈추지 않는 장치 산업이다. 한번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웨이퍼 투입 일정과 후공정, 고객사 공급 계획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특히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첨단 패키징 공급 차질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고객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다.
실제 업계에서는 총파업 장기화 시 직·간접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을 넘어 최대 100조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감소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 이탈, 시장 점유율 하락, 협력사 피해, 국내 증시 충격 등을 모두 감안한 추정이다. 다만 이는 업계 추산 성격으로 실제 피해 규모는 파업 기간과 생산 차질 범위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한국 수출과 투자, 증시, 협력사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이번 사태를 단순 노사 갈등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리스크로 보는 분위기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공급망 신뢰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 같은 대규모 피해 가능성이 거론되는데도 책임 구조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적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이 상당 부분 제한된다. 회사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파업의 위법성이 인정돼야 하지만 실제 법적 판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입증 문턱도 높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손실 규모와 책임 구조가 지나치게 비대칭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고객 신뢰가 핵심인데 한번 공급 차질 우려가 생기면 경쟁사로 물량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국 피해는 기업과 협력사, 국가경제 전체가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한국 제조업 구조 변화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건비 부담과 노사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들이 해외 생산 확대와 공장 자동화, 로봇 도입에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이미 글로벌 제조업계에서는 AI 기반 스마트팩토리와 무인화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관련해 "세전 영업이익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들도 하기 어려운 요구"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노사 간 타협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특정 민간기업 노사 협상에 사실상 공개 메시지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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