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고유가 뉴노멀 가능성
내수 회복에도 국제유가↑…물가 압박
정부, 이번주 6차 석유 최고가격 발표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중동발 고유가 장기화 조짐에 국내 물가 압박이 커지고 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이 나란히 리터(ℓ)당 20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고유가 뉴노멀’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내수 회복 등 일부 경기 지표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 급등이 소비심리와 물가를 동시에 압박하면서 경기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의 ‘6차 석유류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11.42원으로 전날보다 0.04원 상승했다. 경유 가격도 2006.10원으로 전날 대비 0.35원 오르며 2000원선을 돌파했다.
국내 석유류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진 데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급 부족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2026년 5월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물류 차질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육상 재고가 1억7000만 배럴 감소했다”며 “석유화학과 항공 부문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유가와 경기 둔화, 수요 절감 조치 등이 맞물리며 연료 소비 감소 현상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되는 이른바 ‘고유가 뉴노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 특성상 국제유가 상승은 생산비와 물류비, 공공요금 전반으로 확산되며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물가 지표에도 이미 영향이 반영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포인트로, 1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중동전쟁 여파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9% 급등했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갔고 축·수산물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면서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0.5% 하락했다. 결국 국제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고유가 장기화가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내수 회복 흐름까지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유류비 부담 증가는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기업 입장에서도 원가 부담 확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항공·물류·석유화학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전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과 민생 부담 확대가 우려된다”며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을 신속 집행하고 주요 품목 수급 관리와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관심은 이번 주 발표 예정인 6차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에 쏠린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정유업계 수익성 악화와 시장 왜곡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유가 안정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국제유가가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 빠르게 안정될지에 따라 정책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지금보다 다소 낮아질 가능성을 전제로 본다면 현행 최고가격제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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