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도 지금으로 보면 명산 센터장 같은 분”
“뇌파 측정 기반의 명상 올림피아드도 열어보고 싶어”
오대산 월정사 월엄스님은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과거 포항공대와 서울대를 다니던 중 출가학교를 통해 출가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현재는 사단법인 청문수소년회 상임이사를 맡으며 올바른 명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명상을 두고 월엄 스님의 구상은 구체적이면서도 확장적이다. 세계적인 스타 명상 지도자를 만들고, 그런 이들을 통해 대중 속에 스며드는 명상의 일상화를 꾀한다. 어느 봄날 이런 월엄 스님을 음악 프로듀서이자, 뇌파‧명상‧요가를 결합한 사운드 기반 웰니스 작업을 하는 음악 프로듀서 김디지와 글로벌 브랜딩 회사 Team8 Partners를 이끌고 있는 브랜드 디렉터이자 문화기획자인 김희선 대표가 만났다. (내용은 김희선 대표와 김디지 프로듀서의 질문에 답한 월엄스님의 생각을 중심으로 전한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화의 방향은 명확했다.
월엄스님ⓒ
월엄스님이 명상에 매력을 느낀 것은 무엇인가에 쉽게, 그리고 끝까지 ‘몰입’하는 본인 성격의 영향이 크다. 몰입해 끝까지 밀어붙인 후, 다음을 선택하는 인생을 살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에서 서울대 경영대로, 그 이후 출가로 이어지는 삶에서 무언가에 끌리고, 몰입했다.
“내가 출가해 수행하겠다고 결정하고 보니까, 사찰에 할 게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내가 가장 수행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고, 직접 촬영도 했어요. 월정사가 세련되고 뭔가 앞서서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월엄스님)
“굉장히 빨리, 그리고 끝까지 몰입하고 최전선에 있는 것들을 다 보고 경험한 후에 선택하는 것. 그게 스님의 방식 같습니다. 수행자의 언어로 표현하면 그것 자체가 명상인 거 같아요.”(김희선 대표)
그렇다 보니 월엄스님이 정의한 명상은 ‘일상적 행위’였다. 대부분 사람은 불교라는 종교적 행위의 차원에서 명상을 바라보며 “어렵다”라고 느낀다. 여기에 “명상이란 마음을 비우는 것”이란 알쏭달쏭한 말에 기겁하기도 한다. 월엄 스님은 “진짜 마음을 싹 비우는 건 정말 특별한 경우”라며 명상은 “하나를 생각하고 거기에 몰입하는 것”이라 말한다.
김지디 김희선 대표 월엄스님(왼쪽부터)ⓒ
“모든 것이 명상 주제예요. 하나의 대상 혹은 행위를 정해서 그것만 파는 거죠. 호흡을 하나의 대상으로 보면, 들숨 날숨을 계속 반복하면서 거기에만 집중하는 겁니다. 그것이 명상이에요. 자녀의 대입을 간절히 기원하며 100일 기도를 드리는 것도, 구조적으로 같은 행위고 명상입니다. 그것도 하나의 주제를 반복하지 않습니까.”(월엄스님)
그러한 행위를 하다 보면 결국 ‘몰입’하게 되고, 그 이후 감정은 전혀 다른 세계를 향한 진입이다.
“깊은 몰입을 하게 되면 아주 고요하면서 정신이 맑아집니다. 진짜 똑똑해져요. 한번 학문에 빠지면 창작 욕구가 분출되듯이, 모든 세상이 연결된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마음이 탁 터지면서 커지는 느낌이죠. 전에 그런 느낌이 와서 오랜 시간 울었어요. 그 기쁨이 어느 정도 지속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만큼은 성장해 있는 거죠. 경험이 쌓인 거니까요.”(월엄스님)
월엄스님은 이러한 몰입과 성장의 과정을 본인뿐 아니라, 청소년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에게서 느꼈다. 아이들에게 명상 방석을 깔아놓고 “앉아서 참선해라”가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분야에 확 빠져들어라, 악기든 미술이든 그 자체가 명상”이라고 말한다. 이후 래퍼든 예술인이든 무언가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을 초대해 그것을 공유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 좋았다”라는 짧은 소감을 전할 때, 월엄스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몰입의 장소로 오대산 월정사는 최적의 장소다. 월정사가 지향하는 화엄(華嚴)의 정신은 ‘다 연결된 우주를 끊임없이 느끼는 것’이다. 월엄스님은 “비빔밥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다양한 것을 한 곳에 섞어도 전체가 하나의 맛을 낸다. 오대산 자락에 자리 잡은 1400년 역사의 사찰은 그 자체로 ‘명상’이다.
“대한민국에서 월정사만큼 수행하기에 또 웰니스적인 사람의 환경이 잘 갖춰진 곳도 찾기 어려워요. 자연환경, 재정적 기반, 수행 공간이 갖춰져서 수행자들이 본질에 집중할 수 있죠. 이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예요.”(월엄스님)
김디지, 김희선 대표ⓒ
그리고 사찰에서의 행위가 명상이자 웰니스라는 것은 김희선 대표도 공감했다.
“굉장히 아팠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강제로 금식과 금주를 열흘 동안 유지했는데, 그때 확 몰입이 되면서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들이 풀렸어요. 신체적인 절제가 명상의 깊이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걸 몸으로 알았어요. 그런데 그것이 모두 사찰에서 하던 것들이란 것을 나중에 깨달았죠. 진짜 웰니스는 푸켓 뭐 이런 곳이 아니라, 한국에 있었던 거죠.”(김희선 대표)
흥미로운 시각은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서다. 명상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불교를 향한 관심도 같이 높아졌다. ‘현대는 탈종교 시대’라고 정의하는 시기에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월엄스님의 해석은 이렇다.
“석가모님께서 자기 종교를 만들겠다고 다니진 않았을 거예요.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법을 가르쳤으니까요. 지금으로 보면 명상 센터장 같은 분이었을 거예요. 이후 세대가 명상의 수단으로 종교를 활용한 것이죠.”(월엄스님)
월엄스님과의 대화는 명상을 넘어 기술과의 결합, 기술 진화에 따른 명상의 존재 가치로 이어졌다. 김디지는 뇌파 자극 음향과 향(香)을 결합한 웰니스 프로토타입을 개발 중이라고 밝히며, 명상 과정 중에 이러한 기술이 활용되어야 한다고 언급했고, 월엄스님 역시 이러한 기술과의 결합에 대한 가능성에 동의했다.
월엄스님ⓒ
“과거에도 뇌과학자들이 뇌파 측정 실험을 한 적이 있지만, 기술의 한계가 있었죠. 요즘은 AI로 뇌파를 분석해서 명상 스코어를 매길 수 있다고 봐요. 물론 뇌파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명상을 잘하고, 몰입을 잘한다고 평가할 순 없어요. 하지만, 100m를 잘 뛴다고만 해서 훌륭한 체육인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것만으로도 다른 것도 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집중력 측정은 명상 발전의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전 세계 명상인을 위한 플랫폼 개발, 뇌파 측정 기반의 명상 올림피아드도 열어보고 싶어요. 그 허브를 월정사로 삼고자 해요. 명상에서는 구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아직 없어요. 저는 (월정사가) 자본적으로, 데이터적으로 문화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월엄스님)
그러면서 AI시대, 4차 산업시대 이후에는 결국 자기개발 과정으로서, 인류가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으로서 명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하고 싶어도 못 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인류는, 그 많은 남는 시간에 명상으로 자기를 개발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한 방향으로 가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 방향인 쾌락과 오락으로 향하면 인류는 정말 멸망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명상 과정을 이끄는 것도 결국은 사람입니다. AI가 공감을 흉내 낼 순 있어도, 진짜 자기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공감은 인간의 몫입니다. 그건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에요.”(월엄스님)
자신의 경험을 시작으로 명상 방법과 명상과 기술의 결합, 그리고 전 세계적인 명상 플랫폼 개발과 국제적인 명상 올림피아드를 거쳐, AI 시대의 명상을 말하던 월엄스님은 인터뷰 말미, 자신의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월정사 월엄 스님의 위치로.
“이곳 월정사에서 1400년 전에 누군가 씨앗을 뿌렸기 때문에 내가 지금 여기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나도 씨앗 뿌리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끝까지 못 가더라도. 다음 세대가 이어서 가겠죠.”(월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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