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떨어져도 보험료가 변수"…중동 갇힌 해운업계, 비용 부담 '눈덩이'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5.12 15:09  수정 2026.05.12 15:10

국제 선박유 기준인 VLSEO, 톤당 가격 인하

HMM 나무호 피격 이후 커진 리스크에 보험료도↑

봉쇄 장기화에 운항 공백 커져…중소 해운사 타격

HMM의 나무호 ⓒ연합뉴스

최근 국제 선박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국내 해운 업계의 비용 부담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 사건 이후 전쟁 보험료와 안전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의 수익성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선박유 가격 기준인 싱가포르 초저유황유(VLSFO)는 최근 톤당 800달러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극대화됐던 당시 한때 톤당 1120.5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안정된 수준이다. 국제유가(WTI) 역시 최근 배럴당 9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연료비 부담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통상 연료비는 해운사의 전체 운항 비용 가운데 30~5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선박유 가격 하락은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진전될 경우 원유 공급 확대와 산유국 증산 기조가 맞물리며 선박유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지난 4일 발생한 나무호 피격 사건 이후 중동 항로 안전 리스크가 급격히 부각되면서 보험료 및 관련 보안 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무호는 UAE 두바이 소재 수리 조선소인 ‘드라이독 월드’에서 복구 작업을 위한 정밀 점검을 진행 중이다. 해당 선박의 전쟁 보험 특약은 현대해상 등 국내 손해보험사 5곳이 공동 인수한 상태다. HMM 관계자는 “현재 수리에 전념하고 있으며, 정상 복구까지는 최소 1~2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무호 사건이 단순한 선박 사고를 넘어 중동 항로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위험 해역을 통과할 때 부과되는 전쟁 보험료는 평시 대비 5~10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실제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국내 선사들은 지난 3월 말 기준 전쟁보험료와 추가 유류비, 선원 체류 비용 증가 등이 겹치면서 하루 평균 약 4억9000만원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 최근 나무호 피격 이후 안전 우려가 커진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보험 요율이 수시로 변하고 있다”며 “일주일 단위로 재가입하는 구조상 위험도가 높아질 때마다 보험료가 다시 오르기 때문에 비용 예측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해운 업계는 선박 수리 비용보다 ‘배를 쓰지 못하는 시간’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더 큰 부담으로 보고 있다. 해운업 특성상 선박이 멈춰 있는 기간 동안 신규 운송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선종과 기업 규모에 따른 타격 차이도 뚜렷하다. HMM 등 대형 선사는 안보 할증료 등을 일부 화주에게 전가하거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비용 전가력이 약한 중소 선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통항이 막힌 국내 선박 26척 가운데 10척이 중소 해운사 소속이다. 일부 선사의 경우 억류된 선박 1척이 전체 매출의 최대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해운 업계 관계자는 “선박을 운항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상당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언제 정상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박 한 척이 묶였을 때의 매출 공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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