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에 멍드는 은행권…기업금융 늘렸지만 연체율 폭탄 '조마조마'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5.12 07:04  수정 2026.05.12 07:04

시장금리 역행하는 기업대출 금리

5대 은행, 넉 달 만에 잔액 2.5% 급증

우량 대기업마저 흔들… 건전성 '경고'

지난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업대출 금리는 연 4.14%를 기록했다.ⓒ연합뉴스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의 기업금융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출 잔액과 연체율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세에도 대출 금리를 낮추며 공격적 영업을 지속한 결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체 지표가 일제히 악화됨에 따라 외형 성장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업대출 금리는 연 4.14%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4.17%로 같은 기간 0.11%p 떨어졌으며, 대기업 대출금리 역시 0.02%p 하락하며 하향세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금리 인하가 시장의 흐름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조달 비용 지표가 되는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지난 3월 말 기준 연 3.24%로 한 달 새 0.34%p 급등했다.


조달 원가는 비싸지는데 대출 금리는 낮아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으로 가계대출 성장이 한계에 직면하자, 은행들이 기업금융을 유일한 성장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며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의 결과로 기업대출 덩치는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총 173조21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불과 넉 달 만에 2.5% 증가한 수치다.


은행들이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험 자산인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왔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대출 규모가 커지는 속도만큼 연체율이 상승하는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실제 은행권의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0.46%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0.03%p 상승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받던 대기업 군에서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다.


대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0.09%에서 올해 1분기 0.12%로 가파른 상승폭을 보였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0.51%에서 0.53%로 올랐다.


이미 높은 수준인 중소기업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경우 은행권 전체의 자산 건전성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서는 무리한 금리 경쟁에 더해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무리한 금리 경쟁은 순이자마진(NIM)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여기에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은 수준인 만큼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우량 기업 선별 능력과 사후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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