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루엔·벤슨 가세…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경쟁 재점화
헤일로탑·콜드스톤 철수…반짝 유행에 그친 해외 브랜드
저가 소비 구조·밀크플레이션…프리미엄 전략 ‘첩첩산중’
배스킨라빈스는 왜 달랐나…‘경험 소비’가 성패 갈랐다
벤슨 롯데월드몰점 조감도.ⓒ벤슨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해외 브랜드의 재진출 움직임에 국내 토종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과거에도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잇따라 한국에 상륙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대부분 ‘반짝 유행’에 그쳤다. 아이스크림을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은 계절성과 가격 민감도가 강한 데다, 밀크플레이션까지 겹치며 시장 자체가 위축된 탓이다.
이런 상황 속 투썸플레이스가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Van Leeuwen)’을 들여오며 다시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공들인 토종 브랜드 ‘벤슨(Benson)’도 확장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번엔 다를지” 주목하는 양상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미국 뉴욕 기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의 국내 사업 전개에 나섰다. 연내 국내 1호점 오픈이 목표다. 밴루엔은 원재료 본연의 풍미를 강조하는 브랜드로, 미국 현지에서는 ‘프리미엄 수제 아이스크림’ 이미지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밴루엔과 함께 주목 받는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벤슨’이다. 벤슨은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가 지난해 5월 선보인 브랜드로, ‘재료 본연의 맛과 품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김동선 한화 부사장이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서는 이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경쟁을 두고 2019년을 떠올리는 분위기다. 당시에도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했다. SNS 중심의 소비 문화가 확산되며 해외에서 화제를 모은 브랜드를 국내서도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국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헤일로탑(Halo Top)’은 2019년 7월 아시아 최초 진출국으로 한국을 택하며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고,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벤앤제리스(Ben & Jerry’s)’ 역시 같은 해 10월 국내 시장에 공식 상륙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헤일로탑은 미국 시장에서 한때 하겐다즈를 제치고 파인트 아이스크림 시장 1위에 오른 브랜드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2017년 미국 내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열풍을 주도한 대표 브랜드로도 꼽혔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헤일로탑은 결국 지난해 7월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밀크플레이션으로 원유 가격과 냉동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헤일로탑은 사업 초기 미국 현지 생산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왔지만, 높은 물류비 부담으로 가격 인하에 한계를 겪었다. 이후 국내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에버스톤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당시 시장이 저가 소비 구조로 재편되면서 결국 시장 안착에는 실패했다.
이는 비단 헤일로탑 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해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상당수가 비슷한 한계에 부딪히며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벤앤제리스 등을 보유한 매그넘은 작년 영업이익(5억 9900만 유로)이 전년 대비 22% 급감했다.
또 CJ푸드빌이 운영하던 미국 브랜드 콜드스톤 역시 2015년 결국 실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스타럭스가 3년 후인 2018년 이대역점을 시작으로 한국시장에 재진출했고 매장을 5개까지 늘리며 확장을 꾀했지만 결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벤슨 아사이베리 시즌메뉴 4종ⓒ벤슨
◇ “시장은 줄고 원가는 오르고”…국내 시장, 여전히 침체
문제는 여전히 국내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최근 뚜렷한 침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원가 부담과 소비 패턴 변화가 맞물리면서 프리미엄 전략이 힘을 받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점 매출 규모는 2015년 약 2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1조4000억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10년 새 시장 규모가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스크림 시장 특유의 구조적 한계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아이스크림은 편의점·마트·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소비재로, ‘1+1’이나 할인 판매 중심의 가격 경쟁이 이미 고착화돼 있어 프리미엄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여기에 커피·베이커리·케이크 등 대체 디저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크게 넓어졌다는 점도 변수다. 과거에는 아이스크림이 대표적인 간식·후식 소비재였다면 최근에는 카페 디저트가 일상적으로 소비되며 아이스크림의 대체재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일반 제품 대비 원유와 유지방 함량이 높아 원재료 가격 변동에 더욱 민감하다. 우유는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라 매년 조정되는 구조인데 최근 사료값과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상 흐름이 이어지면서 유제품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결국 원재료 품질 경쟁인데 최근 원유 가격과 냉동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수익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브랜드 화제성 만으로 장기 안착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배스킨라빈스, 감사와 사랑 담은 카네이션·하트 케이크ⓒ 배스킨라빈스
◇ 아이스크림도 콘텐츠 시대…관건은 ‘일상 소비화’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와 달리 ‘경험 소비’ 트렌드가 강해진 점을 긍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아이스크림 자체보다 브랜드 스토리와 공간 경험, SNS 확산력 등이 중요해지면서 프리미엄 디저트를 찾는 수요층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미국 브랜드 배스킨라빈스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을 단순 간식이 아닌 ‘기념일 디저트’로 확장시키며 시장에 안착했다. 배스킨라빈스는 1985년 국내 진출해 지난 7일 기준 1737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배스킨은 아이스크림 케이크 시장을 선점해 생일·연말·파티 수요를 적극 공략했고, 시즌 한정 제품과 캐릭터 협업 등을 통해 반복 소비 구조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히든·액팅 요소를 제품에 적용하며 인증샷과 릴스 제작을 즐기는 젊은 소비층 공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결국 단순히 ‘비싼 아이스크림’만으로는 소비자를 붙잡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다. 맛 자체는 기본 경쟁력이 됐고, 이후에는 브랜드 경험과 공간 연출, 반복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밴루엔과 벤슨 역시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플래그십 매장과 한정 메뉴, 협업 콘텐츠 등을 통해 얼마나 ‘일상 소비화’에 성공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칼로리나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자체 만으로도 차별화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 아이스크림부터 프리미엄 디저트까지 선택지가 워낙 다양해졌다”며 “이제는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 경험과 반복 소비를 만들어내는 힘이 더 중요해진 시장”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