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실태 분석’ 착수
노동 사각지대 해소 취지엔 공감…“현실 부담도 고려해야”
“연차·수당 늘면 못 버텨”…무인화·고용 축소 우려 확산
“속도·방식이 관건”…외식업계 “지원책 먼저 나와야”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실태 분석에 착수하면서 외식업계 영세 자영업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식자재 가격 부담이 누적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논의까지 본격화될 경우 소규모 매장들의 고용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물론 업계 종사자들 역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연차휴가나 연장·야간근로 수당 등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 달라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관계자들은 취지와 별개로 현실적인 부담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 매출 변동성이 크고 아르바이트·단시간 근로 의존도가 높은 외식업 특성상 추가 인건비와 휴무 부담이 커질 경우, 영세 점포의 고용 축소나 운영 포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나라장터를 통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실태 분석’ 연구용역 입찰을 긴급 공고했다. 연구에는 영세사업장이 밀집한 업종을 중심으로 임금·노동시간 등 노동조건 실태뿐 아니라 사업주의 노동법 인식과 노무관리 애로사항까지 포함됐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노동 사각지대를 줄이고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사업장 규모에 따라 연차휴가와 연장·야간근로 수당 등 일부 노동 조건에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노동계는 그간 이를 ‘권리 보호의 빈틈’으로 규정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정부 역시 단계적 확대 적용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노동부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024년 8월 기준 약 392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7.7%에 달하는 수준이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가 관련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에는 복잡한 속내가 담겨있다. 이번 연구가 단순 실태조사를 넘어, 향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논의의 기초 자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불안감이 높다.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 확대는 영세 점포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 특성상 아르바이트와 단시간 근로 비중이 높아 점심·저녁 피크 시간에 맞춰 탄력적으로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데 추가 수당과 휴가 의무까지 늘어나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사장 본인까지 현장에 매달려 겨우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현실적인 지원 없이 규제만 확대되면 채용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외식업 경영 환경은 이미 한계 수준이라는 하소연도 뒤따른다. 배달앱 수수료와 식자재 가격, 전기·가스요금, 임대료 부담이 중첩된 가운데 경기 둔화로 소비까지 위축되며 폐업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폐업을 신고한 개인·법인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폐업 신고의 이유로는 50만6198명이 ‘사업 부진’을 꼽았다.
서울 중구 명동 거리 내 한 매장에서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뉴시스
업계에서는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가 고용 축소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경우 키오스크 도입 등 무인화를 확대하거나 가족경영 형태로 전환하고, 아예 직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변화가 외식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폐업률이 소폭만 상승해도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노동 보호와 영세 사업장 현실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규제 확대에 앞서 단계적 적용이나 지원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른다.
특히 갈비집이나 한식당 등은 업종 특성상 온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형태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조리, 서빙, 고객 응대가 분리된 구조상 인력이 빠지면 매장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분식집이나 카페처럼 키오스크나 셀프서비스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갈비집이나 한식당은 조리부터 서빙, 고객 응대까지 인력이 동시에 돌아가야 하는 구조라 가족 경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업종에 동일한 노동 규제를 적용하면 사람을 줄이거나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외식업계는 코로나 창궐 이후 서빙과 배달 등에 로봇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동시에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 크다. 과거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외식 서비스 업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규제 부담이 커질수록 자영업자들은 고용을 유지하기보다 아예 사람을 뽑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며 “키오스크나 셀프 주문으로 대체가 가능한 업종은 무인화가 더 빨라질 수 밖에 없고, 그렇지 못한 업종은 폐업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번지는 이번 반발은 단일 업종의 이해관계를 넘어, 침체된 자영업 시장 전반의 위기 인식을 드러낸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도가 현장에서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정책 설계의 정교함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결국 종사자들은 업종 특성상 다른 산업보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 ‘속도와 방식’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제도 확대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충분한 지원책과 업종별 현실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노동 보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적용은 또 다른 구조조정을 부를 수 있다”며 “영세 사업장이 버틸 수 있는 속도와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지 않으면 결국 일자리 감소와 상권 위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