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왜색인 줄 알았더니… 무너진 교권 향한 MZ 교생의 반격 ‘교생실습’ [D: 볼 만해?]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5.11 13:11  수정 2026.05.11 13:20

흑마술과 MZ 감성의 기묘한 만남, '왜색'이라는 껍데기 속에 숨겨둔 묵직한 서사

수능 귀신과 맞서 싸우는 교생이라니.


영화 ‘교생실습’은 얼핏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 문법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오타쿠’ 감성의 하이틴 호러 코미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엉뚱한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면, 지금 이 시대 가장 아픈 곳을 건드리는 연대의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다.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영화 초반, 관객은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은 ‘쿠로이 소라’라는 이름 아래 아오이, 리코 같은 일본식 이름표를 달고 기괴한 주문을 외운다. 여기에 ‘이누야샤’ 스타일의 요괴를 연상케 하는 이다이나시(유선호 분)의 등장은 이 영화가 지독한 왜색에 침잠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하지만 김민하 감독은 이 이질적인 비주얼을 서사의 가장 강력한 장치로 활용한다. 주인공 은경(한선화 분)이 매일 밤 겪는 악몽은 흑마술과 교차하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극이 전개될수록 왜색 짙어 보이던 설정들은 예상치 못한 지점과 연결되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장르적 재미를 넘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시대의 아픔을 호러 코미디라는 장르로 치환해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영화는 교권 추락의 현실 또한 만화적 해학으로 풀어낸다. 학교에 만연한 불쾌한 갑질을 코믹한 액션으로 승화시킨 연출은 씁쓸한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한다. 부당한 일을 겪어도 참아야 하는 현실을 마주한 은경이 이미 잘못된 규칙에 굴복한 교장선생님 등에게 MZ식 화법으로 맞받아치는 장면은 무거운 현실을 유쾌하게 비트는 이 영화만의 재치기도 하다.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김민하 감독은 서이초 49재 추모의 날,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이 건넨 눈물을 이 영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사교육비 27조 시대, 가진 자만 배우는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가난한 학생을 지키는 선생님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독특한 세계관을 잇는 이 작품은, 기괴한 코미디로 시작해 뭉클한 연대로 끝을 맺는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꿈꾸게 할 순 있다”는 감독의 말처럼, ‘교생실습’은 이 시대 모든 스승의 무너진 자존감을 향해 던지는 따뜻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처음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서사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김 감독이 설계한 영리한 반전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다. 13일 개봉, 러닝타임 95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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