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진입 가능해진 영화제 수상작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규정을 손 본다. 국가별 공식 출품작만 인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 주요 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에도 별도의 출품 자격을 부여하기로 하면서다. 여기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제 가운데 유일하게 포함되며 국제 영화계에서의 존재감 역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아카데미시상식 공식 트위터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제99회 아카데미 시상식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고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기준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각국 또는 지역의 아카데미 승인 선정위원회가 자국 대표 영화 한 편을 선정해 출품하는 방식이었다. 한국 역시 영화진흥위원회가 매년 대표 출품작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가별 공식 출품작 외에도 아카데미가 지정한 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작이 별도 자격으로 국제장편영화상 경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선댄스영화제 월드 시네마 심사위원 대상, 토론토국제영화제 플랫폼상,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어워드 대상까지 총 6개다.
이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은 극장 개봉 및 제출 요건 등을 충족할 경우 국가 대표 선정 절차와 별개로 국제장편영화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경로를 확보한 셈이다.
이번 개정은 국제장편영화상을 바라보는 아카데미의 시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 국제장편영화상은 사실상 국가 단위 경쟁 구조에 가까웠다. 각국 정부 혹은 공공 영화기관이 대표작을 선정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상황이나 문화 정책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했다.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도 정치적 상황이나 정부 검열로 인해 자국 대표작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이란 정부 비판 작업을 이어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등을 수상했음에도 이란 정부의 출품 승인을 받지 못했다.
결국 공동 제작 국가인 프랑스 작품 자격으로 오스카 출품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처럼 국가 승인 여부에 따라 국제 시상식 진출이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을 비롯한 일부 감독들은 국가 중심의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규정 개정 역시 이러한 한계를 일부 보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특히 국내 영화계 입장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칸·베니스·베를린국제영화제와 같은 출품 자격 체계 안에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심사 신뢰도와 글로벌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읽히기 때문이다. 상하이국제영화제나 도쿄국제영화제 등 다른 아시아권 영화제가 제외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만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는 점 역시 상징적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아시아 신인 감독 발굴과 월드 프리미어 전략, 아시아필름마켓(APM) 등을 통해 아시아 영화 산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해 경쟁부문을 신설한 이후에는 국제영화제로서의 정체성과 큐레이션 기능 강화에도 힘을 실으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여기에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부산 어워드 대상의 위상 역시 이전보다 한층 커질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자체의 산업적 영향력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 수상이 단순 이력을 넘어 북미 시상식 캠페인과 연결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글로벌 감독과 제작사들의 경쟁부문 진출 수요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월드 프리미어 유치 경쟁이나 경쟁부문 초청 전략에도 변화가 뒤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결정은 지난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 17개 경쟁영화제에 부여하는 ‘A리스트’ 체계에 포함한 흐름과도 맞물린다. 아시아 영화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는 칸·베니스·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으로 이어지는 핵심 관문 역할까지 맡게 된 셈이다. 국가 중심이었던 국제영화상 구조 속에서 영화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단순 아시아 영화 축제를 넘어 글로벌 영화 질서를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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