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포용금융’…중저신용 확대 압박, 고신용자 역차별은?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5.11 07:04  수정 2026.05.11 07:04

금융위, 저신용자 배제 해소 TF 출범

신용평가 및 여신시스템 등 제도 손질 착수

성실차주에 ‘부실위험’ 전가, 은행은 건전성 우려

“취지 공감하지만…시장 원리 존중해야”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배제를 해소하는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현행 신용평가 시스템 및 은행 여신시스템 등 제도 개편에 나선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고신용자 중심의 은행권 대출 영업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금융당국이 현행 신용평가시스템 및 은행 여신시스템 등 손질에 착수했다.


시장에선 중·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배제를 해소하려는 ‘포용금융’ 정책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무리한 정책이 자칫 성실하게 신용을 관리해온 고신용자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신용평가시스템 및 은행 여신시스템 개편 등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1금융권에서 소외됐던 중·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겠단 복안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전반의 공공성 미흡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 대통령은 앞서 최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들이 돈을 버는 것이 존립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라며 “상위 등급에만 대출을 내주고 나머지는 사실상 대부업체, 사채시장으로 밀려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은 국가 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인데 공공성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며 “서민들이 금융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포용금융을 중요한 의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서민금융 확대를 넘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확대, 금리 산정 및 신용평가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 안팎으론 건전성 관리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자칫 부실 위험이 큰 차주에 대한 대출 확대까지 요구할 경우 정책 간 이해 충돌이 불가피하단 반응이 나온다.


리스크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면 금융시스템 전반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은행권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도 커진다.


이미 올 1분기 말 기준 주요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2조9963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6.8% 증가했다. 채무 상환 능력 부족으로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자산 규모다.


성실 차주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뒤따른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낮추면 이들 대출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다른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


고신용자의 대출금리 인상이나 예금금리 인하, 각종 서비스 수수료 인상 등으로 부실 위험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단 지적이다.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혜택이 크다는 믿음이 깨지면, 이를 관리할 유인도 사라진다.


시장에선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용은 곧 자산인데, 중·저신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 “다달이 빚 갚으며 신용점수를 관리해도 오히려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오른다면 몇 개월씩 연체하고 빚 안고 사는 편이 더 유리할 것” 등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금융사들은 중·저신용자의 금융 공백을 메우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하게 포용금융을 강제하면 금융권 전반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단 견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위험이 큰 차주에게 고금리를 적용하는 건 당연한 논리”라며 “정책적으로 이 부분을 건드리려면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이라며 “무리한 포용금융 확대는 우량 고객 혜택을 축소해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결국 금융 소비자 전체가 비용을 떠안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