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면죄부' 논란 조작기소 특검, 지우개로 사법 정의 지우는 꼴 [기자수첩-사회]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5.11 07:00  수정 2026.05.11 07:00

與 추진 조작기소 특검, 사법 흐름 허물어…法 심판대 향한 강제종료 버튼

특정 사건·인물 겨냥 직접 처분 내리는 선례…권력 교정 도구 번질 우려

입법으로 사법 정의 지우는 시도…결국 일반 국민 피해 돌아올 가능성

윤석열 정치검찰 조작기소 진상규명 특검법 발의하는 민주당ⓒ뉴시스(공동취재)

민주주의의 법정에는 결코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이 존재한다. 수사기관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 그리고 집행으로 이어지는 사법의 흐름은 그 어떤 정치적 외풍으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할 절차적 영역이다. 억울함이 있다면 시스템 내부의 교정 장치인 항소와 상고 혹은 재심을 통해 다투는 것이 사회가 합의한 법치주의의 룰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검법'은 이 견고한 경계를 정면으로 허물고 있다. 특검에 부여하고자 하는 사실상의 공소취소권은 단순한 권한의 배분이 아니라 입법부가 사법부의 심판대를 향해 휘두르는 강제 종료 버튼이다. 이미 법원의 판단 영역에 들어간 사건을 입법으로 지워버리겠다는 발상은 사법부를 입법부의 하부 기관으로 전락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법안의 명칭부터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작'이라는 단어는 재판을 통해 엄격히 증명되어야 할 최종 결과물이지 법률의 이름으로 미리 규정할 수 있는 전제가 아니다. 판결이 나기도 전에 입법부가 특정 수사를 조작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법부에 노골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률이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겨냥해 직접 처분을 내리는 선례가 일상화된다면 법전은 누구나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라 승리한 권력이 휘두르는 교정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이러한 입법이 가져올 보복의 악순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권의 수사를 부정하고, 특검을 동원해 이미 시작된 재판을 무력화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정성은 완전히 붕괴된다.


법은 권력자가 입맛에 맞는 대목만 골라 지울 수 있는 지우개가 아니다. 사법의 절차적 정의를 무너뜨리는 행위는 결국 우리 사회가 쌓아온 시스템 전체를 지워버리는 위험한 도박이다. '셀프 면죄부' 논란을 넘어 입법의 힘으로 사법 정의를 지워내려는 시도는 결국 법의 공정한 보호를 받아야 할 일반 국민의 피해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인물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어떤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법치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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