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덮친 취업난…청년 7명 중 1명 미취업
AI·경력직 선호에 밀린 청년…삼중고 표류
구직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취업준비 3년 차인 A씨(30대·남)는 어버이날이 되면 마음이 더 무겁다. 그는 “부모님은 늘 ‘괜찮다, 천천히 해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진다”며 “매년 어버이날마다 부모님께 꽃을 드리지만 올해는 유난히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올해 1분기 기준 20~30대 미취업 청년이 171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어버이날이 이들에게는 감사보다 죄송함이 앞서는 날로 다가오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상경한 취업준비생 B씨(20대·여)는 어버이날 가족 모임을 피했다. B씨는 “명절이나 기념일마다 친척들한테 취업 언제 하냐는 말을 들으면 괜히 부모님께도 민망해진다”며 “취준생이라는 게 딱히 보여줄 게 없기 때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결과가 없으면 스스로 위축된다”고 말했다.
취업에 잇달아 실패한 뒤 구직 활동을 멈춘 C씨(30대·남)는 올해 어버이날을 집에서 혼자 보냈다. 그는 “예전엔 취업하면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겠다고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다”며 “요즘은 원서조차 넣지 않고 있어서 부모님께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20~30대 미취업 청년은 약 171만명이다. 실업자 45만명,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 72만명, 취업준비생 54만명으로 구성된다. 전체 20~30대 인구의 약 14% 수준으로, 청년 7명 중 1명이 노동시장 밖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타개책으로 청년 고용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기업이 취업애로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최대 12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심리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성장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청년 고용 지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은 2024년 5월 이후 22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정부는 171만명이 일자리에서 밀려난 배경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AI·디지털 전환에 따른 좋은 일자리 감소, 기업의 경력직 선호, 노동시장 내 구직경쟁 심화 등 ‘삼중고’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이 급격히 일어나며 청년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 창출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중동전쟁 등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청년 고용 문제는 한 개인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국가와 사회가 구조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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