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조단위 벌고도 '발동동'…정유사, 최고가격제 손실 계산에 촉각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4.27 14:53  수정 2026.04.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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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1분기 합산 영업익 조단위 전망

업계 "재고평가이익 중심 반짝 실적…정책 손실은 별개"

원유 도입가 아닌 국제 제품가 기준 산정 요구 커질 듯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한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게시돼 있다.ⓒ뉴시스

국내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시차 이익에 기반한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논의에서는 오히려 호실적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조원에서 최대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정제마진도 개선되면서 정유사 실적 눈높이가 빠르게 높아진 영향이다.


다만 업계는 1분기 호실적을 구조적 수익성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다. 이번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이 보유 재고의 평가가치가 올라가며 발생한 재고평가이익과 원유 구매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 간 가격 차이에서 발생한 래깅 효과에 따른 이익이라는 이유에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호실적의 상당 부분은 재고 관련 이익"이라며 "재고평가이익은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손실로 돌아오는 부분인 만큼 실제 현금흐름 개선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유사 실적은 유가 변동에 따라 손익이 크게 흔들린다. 유가 상승기에는 보유 재고 가치가 오르며 이익이 발생하지만 유가 하락기에는 반대로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된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가 안정되고 유가가 하락할 경우 1분기 이익의 일부가 2분기 이후 손실로 되돌아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유업계 내부에서는 가격 안정 정책에 협조한 결과가 오히려 손실 보전 논의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최고가격제 시행 과정에서 정부 정책에 맞춰 내수 판매가격 제한을 수용했지만 1분기 호실적이 부각되면서 손실 보전 요구 자체가 고유가 수혜 업종의 특혜 요구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는 전체 영업이익과 가격 규제에 따른 손실은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가격제로 인해 규제가 없었을 때보다 내수 판매 이익이 줄었다면 전체 영업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해당 손실을 별도 산식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유사업 특성상 분기별 손익 변동성이 크고 지난해 정제마진 약세와 재고손실 등으로 수익성이 흔들렸던 만큼 1분기 영업이익만으로 손실 보전 필요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산식의 핵심은 손실 기준을 원유 도입가에 둘지, 국제 제품가격에 둘지다. 업계는 정유제품 가격이 원유를 얼마에 샀느냐가 아니라 휘발유·경유 등 국제 제품가격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만큼 특정 시점의 원유 도입가만으로 손실을 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업계에서는 3월 투입 원유가 전쟁 전 가격으로 도입된 물량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실을 제한적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사는 원유 가격 변동과 무관하게 계속 원유를 사고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인 데다 원유 구매와 투입, 제품 판매 사이에 시차가 있는 만큼 특정 시점의 원유 도입가만으로 제품별 손실을 따지기 어렵다는 취지다.


국내 석유제품 시장이 수출입이 자유로운 개방 시장이라는 점도 업계가 국제 제품가격 기준을 주장하는 근거다. 국내 가격이 국제 제품가격과 동떨어진 원가 기준으로 묶일 경우 내수 공급 유인이 약화되거나 수출·내수 배분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비축유 스와프와 알뜰주유소 공급 계약도 기준 일관성 논란의 근거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비축유 맞교환 과정에서는 현물가격 기준으로 차액을 정산하고 알뜰주유소 공급 계약에서도 싱가포르 석유제품 현물가격(MOPS)을 활용하면서 최고가격제 손실 산정에서는 원유 도입가 중심 기준을 적용하려 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비축유 스와프는 원유 간 맞교환 정산이고 최고가격제는 내수 석유제품 판매가격 규제에 따른 손실 산정인 만큼 제도 성격은 다르다. 최종 보전 산식에서 원유 도입가, 국제 제품가격, 환율, 운임, 재고평가이익, 내수·수출 비중 등을 어디까지 반영할지가 손실보전액 산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2분기 이후 실제 원유 도입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산식 기준에 민감한 이유다.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에 따른 우회 운송, 수입선 다변화 과정의 대체 원유 프리미엄, 운송료·보험료 상승분은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1분기 호실적만으로 손실 보전 필요성을 판단할 경우 이후 발생하는 조달 비용 부담이 산식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결국 정유업계의 1분기 호실적은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 논의에서 역설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형상 이익 규모는 커졌지만 이익의 상당 부분은 재고 관련 회계 효과에 가깝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은 별도 산식으로 따져야 한다는 게 업계 논리다. 반면 정부는 정유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실제 손실 규모를 검증해야 하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가격 안정 정책에 협조하는 입장인데 1분기 호실적만 부각되면 마치 폭리를 취하고도 손실 보전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며 "정책으로 인해 규제가 없었을 때보다 이익이 줄어든 부분이 있다면 영업이익 규모와 별개로 보전 기준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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