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문턱에 선 원화…‘환율 방어’ 사투에도 무색한 지표 [추락하는 ₩ ①]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01.19 16:25  수정 2026.01.19 16:25

고환율 뉴노멀 현상 고착화

韓 기초 체력 약화…자본 유출 가속

“한국 경제 매력도 전반적 하락”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경제 위기 시기에 나타났던 1400원대 환율이 장기간 지속되는 이른바 ‘고환율 뉴노멀’ 현상이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닌,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 약화와 자본 유출 가속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추락하는 원화 달래기 나선 당국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2월 24일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고 외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해외 주식을 매도하고 국내 증시로 복귀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신설이다. 수출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법인세 익금불산입률을 기존 95%에서 100%로 상향 조정해 기업 보유 외화의 국내 유입도 독려하고 있다.


당국은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환헤지 비율 조정을 유도해 외환시장 내 수급 쏠림을 완화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과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방어에 조력하고 있다. 이달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환율 급등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5연속 동결했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실질 개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전월 대비 26억 달러 감소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단기 감소폭으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을 통한 수급 관리도 병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시중은행 외환 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외화 예금 확대를 부추기는 마케팅 자제를 요청했다.


지지부진한 환율 안정 효과


당국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의 안정 효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정부의 인위적 시장 개입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달러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양도세 감면 혜택보다 미국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종의 높은 기대 수익률을 상위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일시 하락할 때마다 해외 주식 매수세가 강해지는 수급 불균형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확대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당국은 환헤지가 장기적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환율 방어라는 정책 목적을 위해 국민 노후 자산의 수익성을 희생하는 조치로 받아들이며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가장 포괄적인 원인은 한국 경제의 매력도 저하”라며 “세계가 한국의 재화, 서비스, 금융 상품을 가지고 싶어 할 만큼의 매력이 있어야 원화 가치가 회복되는데, 현재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과 기관의 해외 투자가 구조적으로 정착된 상황에서 단기적인 세제 혜택이나 구두 개입만으로는 자본 유출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시장 개입은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인위적 수급 조절책은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억제하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실질적인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기 처방을 넘어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자본 유입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자금은 물이 흐르듯 높은 금리를 쫓아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원칙”이라며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환율이 방어되기를 바라는 것은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기대다”고 꼬집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