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흡연시 자녀 노화 가속
청소년기에 흡연을 하면 본인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미래 자녀의 노화를 가속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의 후안 파블로 로페스-세르반테스 박사팀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유럽호흡기학회(ERS) 학술대회에서 "아버지가 15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경우, 그들의 자녀는 그렇지 않은 아버지를 둔 자녀에 비해 노화 속도가 1년가량 빨라진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7세에서 50세 사이, 평균 나이 28세인 892명이 참가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15세 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아버지를 둔 자녀들에게서 실제 나이보다 빠른 생물학적 노화 징후를 발견했다"며 "흡연자 자신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청소년 흡연 예방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본인과 부모의 흡연 여부, 흡연 시작 연령 등을 조사하고, 혈액 표본을 통해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했다. 노화 측정은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s)'라는 측정법을 사용했다.
나이가 들면 세포 DNA에 추가적인 분자들이 축적되는데, 이는 DNA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유전자 작동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이런 후성유전적 변화는 노화 징후일 뿐 아니라 암·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연구 결과 아버지가 15세 전 사춘기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실제 나이보다 약 9개월에서 1년(12개월) 정도 생물학적으로 더 늙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사춘기에 흡연을 시작한 경우와 참여자 본인이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겹칠 경우에는 생물학적 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가 14~15개월로 늘어났다.
아버지가 성인이 된 뒤 담배를 피운 경우에는 생물학적 나이가 소폭 증가했고, 어머니의 임신 전 흡연과 자녀 노화 사이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로페스-세르반테스 박사는 "이 연구가 사춘기 흡연과 노화 가속화의 연관성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아버지가 사춘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정자 세포의 후성유전적 물질이 변화하고, 이 변화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며 "이 연구 결과는 사춘기에 담배를 피우는 소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미래 자녀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소년기 흡연을 막기 위한 더 강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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