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가 누구길래…대통령실, 국감 앞두고 '보직변경' 꼼수 논란 [정국 기상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9.30 00:05  수정 2025.09.30 05:30

'총무비서관' → '제1부속실장' 변경

국감 출석 전례 찾기 힘든 '부속실장'

野운영위 관계자 "출석 전례 찾을 것"

與 "'보직변경' 金 출석 적절치 않아"

김현지 총무비서관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측근 그룹인 '성남라인' 중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초 총무비서관으로서 국감 출석 여부가 쟁점이었지만, 대통령실이 조직개편을 통해 '보직 변경'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보직과 상관없이 국회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선 '꼼수' 보직변경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2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의 조직개편을 알렸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김 비서관은 제1부속실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기존 제1부속실장인 김남준 실장은 강유정 대변인과 함께 공동 대변인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대통령실은 공동 대변인 체제가 과거에 존재했다며, 국감을 앞두고 김 실장을 보직 변경했다는 의혹을 차단했다. 나아가 보직 변경에 상관없이 국회의 요구가 있다면 김 실장은 국감에 출석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직과 관계없이 국회에서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게 본인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이 단순히 대통령실 일개 직원으로 평가되지 않는 배경엔 이 대통령이 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노동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1995년 창립한 '성남시민모임'에 참여한 이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로 이름을 바꾼 이 단체에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2010년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당선에 따른 인수위원회 간사,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에 따른 경기도청 비서실 비서관 등 요직을 맡으며 오랜 신뢰 관계를 이어왔다.


이 관계를 바탕으로 김 실장은 '만사현통'(모든 것은 김현지를 통한다)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이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통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실장이 과거 새누리당 소속 성남시 의원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 3만3000개를 보낸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를 당한 것을 두고, 이 대통령의 '여론 조성' 역할을 수행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을 두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도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야권은 표면적으론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비서실장 위 총무비서관' 논란 등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면에는 이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파헤치려는 의도도 존재한다. 나아가 '비선 실세' 프레임을 통해 이 대통령을 압박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여당 일부에서도 1992년 노태우 정부 이후 총무비서관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점을 의식한 탓에 출석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여당 주류는 강 실장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현재까지 김 실장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여부는 결론 나지 않았다. 단순히 '불출석 논란'에 그칠 수 있었던 문제는 대통령실의 보직 변경 결정에 '김현지 지키기' 논란으로 불거진 상태다.


당초 정부·여당은 이재명 정부 첫 국감이 '김현지 국감'으로 전환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모양새였다. 한 여권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과거엔 총무비서관의 출석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며 "김 실장이 출석하면 강선우 의원과의 통화 여부나 인사 개입 수준 등 국감과 전혀 상관없는 정쟁만 얘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출석에 부정적인 기류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젠 단순히 출석 여부를 떠나 대통령실이 김 실장을 지키기 위해 조직개편을 서둘러 발표했다는 의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기존 보직인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예산과 내부 인사 등 안살림을 도맡은 직책이다. 야당은 총무비서관에게 대통령실의 사정을 묻겠다는 취지로 출석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현재 대통령 의전과 일정을 총괄하는 제1부속실장은 출석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국민의힘 소속 한 운영위 관계자는 "제1부속실장이 국감에 출석했던 전례를 찾고 있다"며 "한 사람 때문에 보직 변경했다는 의심이 드는 만큼, 어떻게든 출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선출직 공직자 평가혁신 TF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김 실장이 보직 변경됐다는 점을 들어 출석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실무자인 총무비서관을 필요에 의해 부르려고 했는데, 보직 이동한 총무비서관을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대통령실이 김 실장의 국감 출석을 막기 위해 새 정부 대통령실 출범 불과 4개월만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대체 무엇을 숨겨야 하는 것이고, 뭘 감춰야 하는 거냐"며 "기발하고 독특한 발상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산 대통령은 실제로 이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실권은 김 실장에게 있고,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말이 일각에 있었다"며 "그 사람이 입을 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거냐, 아니면 그림자 대통령이 전 국민 앞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거냐. 국감 출석을 피한다면 많은 국민이 제기하는 의혹이 진실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이런 꼼수를 계속 쓴다면, 그 순간이 바로 국민에게 또 다른 V0의 출현을 알리는 서막일 것"이라면서 "그 어떤 보직 변경도, 그 어떤 편법도 헌법적 의무인 국감 출석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법원장보다 더 특별한 대우를 받는 총무비서관이라니, 이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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