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인건비 수억원 가로챈 혐의 해임된 국립대 교수…법원 "징계 적법"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5.05.24 07:36  수정 2025.05.24 07:37

춘천지법, 해임처분 취소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

656회 걸쳐 3억8500여만원 가로챈 혐의 관련 해임 처분

재판부 "원고에 대한 처분 지나치게 중하다고 보기 어려워"

법원ⓒ연합뉴스

대학원생들이 직접 받고 관리해야 할 인건비와 장학금 등 약 4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고 해임된 국립대학교 교수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게 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50대 A씨가 B 국립대를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국립대 전 교수 A씨는 지난 2015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56회에 걸쳐 학생연구원 18명의 인건비, 연구 장학금, 연구수당 등 3억8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8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위원회는 A씨가 피해액 전액을 환수금으로 납부하거나 형사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에 비춰 B 대학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가 A씨에게 내린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편취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7억7000여만원의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1배로 감경했다.


A씨는 행정소송에서 "해임 처분 이후 이뤄진 형사판결 항소심에서 처벌 수위가 감경됐고, 편취액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도 않았다"며 "피해 회복이 된 사정 역시 처분 결과에 고려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원생들이 자신에 대한 선처를 탄원하고 있고, 강단을 떠난 일로 사실상 생계를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다른 교수에 대해서는 해임 처분이 취소됐거나 불기소 처분이 이뤄진 것과 비교할 때 자신에 대한 처분이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약 15년간 교원으로 근무하며 여러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연구원에게 지급된 학생 인건비를 회수해 공동으로 관리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한 점을 들며 비위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돈을 개인적 용도로 썼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불이익을 입은 점도 지적했다.


징계 수위 역시 교육공무원 징계 규칙에서 정한 범위 내에 가장 경미한 처분에 해당해 지나치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동기나 목적이 부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관련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를 장기간 지속해왔다는 비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고, 원고는 연구비를 성실히 집행·관리할 연구 책임자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연구실 내에서 이뤄진 위법 행위에 관한 최종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생 연구원 권익 보호와 생활 기반의 보장을 위태롭게 한 원고에 대해 감독 권한을 갖는 소속 대학이 합당한 징계처분을 할 공익적 필요성도 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각 처분이 지나치게 중하거나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5월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판결에 불복해 같은 해 12월 열린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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