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도둑놈 심보"…李대통령, 이학재 또 맹폭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5.12.18 00:10  수정 2025.12.18 06:06

인천공항 사장, 대통령 지적에 또 반박

'외화 밀반출' 법적 책임 두고 충돌 2R

"대왕고래, 계산도 안 해보고 투자하나"… 석유공사도 질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부·지식재산처·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또다시 충돌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 사장을 공개적으로 질타하자 이 사장이 반발한 데 이어, 17일 이 대통령이 또다시 이 사장을 겨냥한 날선 발언을 쏟아내자 이 사장이 곧바로 반격에 나서면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산업통상부 등의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업무보고는 정치적 논쟁의 자리가 아닌데, 왜 그렇게 악용하느냐"며 "정치에 너무 물이 많이 들었는지, 1분 전 얘기와 1분 뒤 얘기가 달라지거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는 뒤에 가서 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특정 개인의 문제라 하기 어렵고, 하나의 풍토의 문제"라고 했지만, 이 사장을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정치 현실에서는 질문에 답을 안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모면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실력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행정은 다르다"며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갈등 속 대응과 국민의 삶을 놓고 행정을 집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행정 영역에서의 허위 보고나 동문서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한을 행사하며 자리가 주는 명예와 혜택은 다 누리면서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건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며 "그런 사람은 공직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어떤 역할도 맡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논란이 된 '인천공항 보안 검색 책임 공방'을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관세청장은 공항공사가 한다고 했고, 공항공사 사장은 세관 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부인했다"며 "그런데 기사 댓글을 보니 '공항공사가 하는 게 맞다'는 내용이 있더라. 실제로 확인해보니 작년에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위탁하는 MOU(업무협약)를 맺었더라"고 했다.


이어 "(업무 담당이 어디인지를) 기사의 댓글을 보고서 알았다"며 "결국 대중들은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장이 생중계 업무보고로 인해 이른바 '책갈피 달러 반출' 범죄 수법이 대중에 알려졌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범죄를 가르쳤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 문제는 예전에 정부가 보도자료로도 낸 사안"이라며 "(이런 논리라면) '사랑과 전쟁'은 바람피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냐"고 했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 사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 사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MOU 사를 나타내는 것이고 법적 책임이 없다"며 "외화 불법 반출 단속의 법적 책임은 관세청에 있고, 인천공항은 MOU로 업무 협조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사장은 대통령실 참모진을 향해서도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보고를 해 줄 것을 국정 최고책임자의 참모들께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이 사장의 충돌은 지난 12일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외화 밀반출과 관련해 "수만 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으나, 이 사장이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하자 "자꾸 딴 얘기를 한다" "지금 다른 데 가서 노는 것 같다" "써준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느냐"며 질책했다.


그러자 이 사장은 이튿날인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힐난 당했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 일로 온 세상에 '책갈피에 달러를 숨기면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라며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16일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통령의 '책갈피 달러 전수조사' 지시에 대해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이 사장은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인천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야권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2023년 6월 사장에 임명된 이 사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국석유공사 업무보고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두고 사업성 검토가 부실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최문규 석유공사 사장 직무대행에게 "석유공사에서 생산 원가를 계산 해봤느냐"고 물었다. 최 직무대행이 별도로 계산해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하자, 이 대통령은 "당연히 사업성을 따져봤을 것 같은데 계산을 안 해봤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최 직무대행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계산해 보지 않았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러면 (사업 자체를) 안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변수가 많아 개발 가치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사업에 수천억 원을 투입할 생각이었느냐"고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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