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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학생회 부회장, 제2의 조희팔 되나…'SG발 폭락' 배후 라덕연 [뉴스속인물]


입력 2023.05.21 06:06 수정 2023.05.21 06:06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석사과정 마치고 2014년 투자자문사업 시작…허술한 제도 이용해 폐업·등록 반복

2017년부터 경제방송 패널 출연, 증권사 강연도…'주식 및 해외선물 전문가'로 소개

2019년, 현재 주가조작 의혹 행보 시작…다단계 방식 투자자 모집해 대리투자, 투자세미나 개최

대리투자 본격화되자 골프업체 등 다수 회사 설립 및 인수…검찰, 범죄수익 세탁창구 활용 의심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의혹의 핵심인물인 H투자자문 대표 라덕연(42)씨 일당이 470억원대의 통정매매를 통해 시세를 조종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정매매란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서로 물량을 주고받으면서 주가를 부양하는 시세조종의 한 방식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라 대표 일당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 주가 폭락 직전까지 투자자들의 계좌 116개를 이용, 약 1200회에 걸쳐 470억여원의 주식을 통정매매한 내역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의 범죄가 201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라 대표는 현재까지 투자일임업을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영업한 혐의는 인정하지만 시세조종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통정매매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대표는 동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경영정보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학생회 부회장을 맡으며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고, 졸업 후에는 국민대 IT전문대학원(트레이딩시스템 전공)에 진학했다. 2014년 1월 '수급 데이터를 활용한 코스피200 선물 데이트레이딩 전략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졸업논문을 발표했다.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본격적으로 투자자문 사업에 뛰어들었다. 라 대표는 느슨한 투자자문 업체 등록제도를 교묘히 이용했다. 유사투자자문업과 투자자문업을 등록하고 폐업하는 과정을 반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라 대표가 등록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만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유사투자자문)·에버레스트파트너스(미등록)·호안(미등록)·알앤케이투자자문(투자자문) 등이다.


그는 2014년 7월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라는 상호로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를 했다. 이후 '호안스탁'이라는 이름의 홈페이지를 열고 유료로 주식투자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서울 구로구에서 PC방을 운영했다고 한다. 라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PC방을 가지고 있다가 주식에 손대서 말아먹었다. 한 달 동안 1억 들고 3천만원을 날려 먹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 대표의 PC방으로 추정되는 업체는 2016년 9월 폐업했다.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KBS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KBS

라 대표는 2016년 주식회사 호안을 설립하고 선물 거래와 주식, 채권 등 투자자문을 했다. 이 시점부터 라 대표는 여러 차례 오프라인 투자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라 대표는 오프라인 세미나와 홈페이지에서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신을 KB증권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동 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안철수연구소(안랩)' 근무 경력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안랩 측은 사내시스템에 라 대표의 근무 기록이 없다고 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라 대표는 대학 졸업 전 인턴 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부터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7년 4월 한 경제방송에 출연해 시황 분석을 하고 이듬해 교보증권에서 해외 선물 투자에 대한 강연도 진행했다. 당시 복수의 언론은 라 대표를 '주식 및 해외선물 전문가'라고 소개됐다.


현재 주가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킨 행보는 201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라 대표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대리 투자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폭락 8종목 중 일부에 투자를 시작한 시기도 이쯤이다.


라 대표는 2019년 3월 '라덕연 투자 세미나'를 열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자신이 이끄는 호안을 '돈 버는 기술을 가진 숙련된 기술자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우연히 금융시장의 비밀을 발견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렇게 쉬운 비밀이 정말 돈이 벌릴까 하는 의심으로 몇 년간 검증의 시간을 가졌다. 된다는 걸 확인하고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알려줘봤지만 모두가 성공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시장의 비밀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개인의 능력 차이로 결과에 큰 편차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같은해 8월 금감원은 유사자문업체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를 직권말소 조치했다. 사유는 폐업이다. 그는 폐업 전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듬해 라 대표는 정식투자자문업체인 알앤케이홀딩스를 만들고 또 한번 투자자를 모집했다. 투자자문업은 당국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지만 설립을 위한 최소 자본금 2억5000만원의 조건만 충족하면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 알앤케이홀딩스는 2022년 7월 폐업했다.


라 대표는 2021년 11월 경영컨설팅업체인 에베레스트파트너스도 세웠다. 에베레스트파트너스는 금융당국에 신고조차 되지 않은 미등록 유사투자자문사이다. 라 대표는 이 회사를 통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라 대표는 본격적인 대리 투자를 시작하면서 골프업체, 케이블방송사 등 다수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이 회사들을 투자자 모집과 범죄수익 세탁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 대표는 지난해 10월 투자금 1조원 유치 파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4일 라 대표 일당이 투자한 8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로 급락하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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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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