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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내년 하반기부터 한국 영화 보릿고개"…'100만도 힘든 한국 영화' 떠나는 투자사


입력 2023.03.13 07:51 수정 2023.03.13 07:5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윤제균 감독 "코로나 3년 가까이 흥행작 별로 없어, 창투자 손해"

국내 박스오피스가 '아바타: 물의 길'을 시작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일본 애니메이션에게 점령한 지 네 달째 접어들었다. 반면 한국 영화는 지난해 11월 개봉한 '올빼미'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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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1월 한국 영화 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1월 전체 매출액은 1241억 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월의 82.1%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 1월 매출액 100억 원, 관객 수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1편 뿐이었지만, 올해 1월은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웅' '교섭' 등 총 4편의 작품이 매출액 100억원, 관객 수 1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그 덕에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과 관객 수가 증가했지만, 한국 영화 두 편은 손익분기점 돌파를 실패했다. 영화 '영웅'은 장기 흥행으로 324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나 손익분기점인 350만 명을 넘지 못했으며,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도 총 관객수 17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 350만 명까지는 한참 모자랐다.


3월 극장가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원태 감독의 '대외비', 유연석·차태현 주연 '멍뭉이'가 개봉했지만, 성적은 시원치 않다. '대외비'는 개봉 첫 날 18만여 명을 모으며 올해 최다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다음 날 '귀멸의 칼날: 상현마을, 그리고 도공 마을로'에 바로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내줘야 했다. 가까스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개봉 2주 차에 접어들며 '스즈메의 문단속'에 치여 일일 관객 수 1만대로 급감했다. 진선규 주연의 '카운트'의 누적 관객 수는 37만 명, '멍뭉이'의 누적 관객 수는 12만 2430명으로 처참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 속 윤제균 감독은 지난1일 진행된 '디렉터스 체어: 스페셜 토크'에서 한국 영화의 암울한 미래와 현재를 진단했다. 윤 감독은 "가능성이 희박한 흥행을 목표로 제품에 투자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도 없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코로나 때 만들어놓은 개봉 할만한 영화가 아직 있지만 올해부터, 이제 한국 영화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아마 극장에 한국 영화가 한 달에 몇 개가 나올지, 과연 나오기는 할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 영화 미래가 그렇게 밝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CJ, 쇼박스, 롯데, NEW, 메가박스 이런 메이저 투자사에서 메인 투자를 선다고 하겠지만, 이 회사들이 메인 투자사가 되면 전체 영화 제작비의 몇 퍼센트 정도의 회사 돈이 들어가는지 아느냐"라며 "팩트를 이야기하면 20~30%, 최대 30%. 그 말은 나머지 7~80%는 부분 투자사 펀드라든지 창업투자회사다. 그 분들이 7~80%의 돈을 제작비로 투자를 하는데 코로나 3년 가까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것도 별로 없어 펀드와 창투사 등이 다 손해를 봤다. 그래서 현재 결과는 그 분들이 영화 투자를 안 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다 떠나갔다"고 우려스러운 상황을 설명했다.


최동훈 감독 역시 과거 극장에서 느꼈던 문화적인 풍족함을, OTT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찾게 된 상황 속의 극장가를 걱정했다. 최 감독은 대안으로 극장비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최 감독은 "올해 중국은 긴 코로나 터널을 뚫고 구정 때 코로나 제한을 풀고 극장 가격을 내렸다. 많이 내린 건 아니다. 500원 정도다. 하지만 이건 중요한 신호다. '여러분, 우린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지만 가격을 내릴 테니 영화 좀 봐달라'고 하는 사인이다. 관객에게 그런 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개인의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돼 관객들이 감소하자 극장들은 영업 손실을 이유로 티켓값을 1000원씩, 3차례 인상했다. 비싸진 티켓 값에 관객들은 실패를 줄이고자 엄격한 잣대로 재미가 보장된 작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의 변화 속 한국 영화계를 살펴본다면 윤제균, 최동훈 감독의 우려에는 조금도 보탬이 없다. 지난해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에 돌파하며 축포를 쏘아 올렸지만, 이후 블록버스터 기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쓴 맛을 봤다. '마녀2: 디 아더 원', '한산: 용의 출현', '공조: 인터내셔날', '올빼미' 정도가 순익분기점을 넘었다. 부진한 상황 속 이같은 성적표는 다양성은 차치하고 IP가 검증된 시리즈와 흥행공식을 따른 블록버스터 대작들에 한 해 보수적인 투자가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신작 크랭크인 소식이 자주 들려오지 않고 있다. 2019년에는 천만 돌파 네 편 영화 중 두 편이 한국 영화였지만 현재는 100만 돌파도 귀해졌다. 이런 상황에 누가 기꺼이 투자를 하겠나"라며 "실제로 영화들이 IP가 검증된 작품 위주로 제작 투자가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로 개봉이 밀린 영화들과 새롭게 촬영에 들어간 작품들이 있어 윤제균 감독의 말처럼 내년까지는 신작들이 있지만, 이후에는 암담한 현실인 것이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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