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나를 체포하라…스트레이 키즈 ‘케이스 143’ [MV 리플레이 ㊿]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9.11 00:22  수정 2026.09.1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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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괴물에 흔들린 일상…사랑을 ‘사건’으로 만든 수사극

쫓는 경찰도 쫓기는 이들도 스키즈, 두 얼굴로 표현한 마음의 충돌

되감기부터 화면 탈출까지…영상의 규칙마저 벗어난 감정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의 ‘케이스 143’(CASE 143)은 설렘을 반갑게 받아들이는 대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처럼 다룬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원인을 찾아 붙잡으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감정은 더 크게 번진다.


이들이 2022년 10월 사랑을 주제로 선보인 첫 타이틀곡인 ‘케이스 143’은 낯선 감정 앞에서 느끼는 혼란을 ‘사건 발생’에 비유했다. 뮤직비디오는 이 설정을 경찰과 하트 괴물의 추격전으로 옮겼다.


ⓒ‘케이스 143’ 뮤직비디오
줄거리


하트 모양의 괴물들이 나타나면서 멤버들의 일상이 뒤집힌다. 멤버들은 괴물들의 영향으로 사랑에 빠진 듯한 상태가 되고 공간은 소란스러워진다. 창빈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또 다른 스트레이 키즈다. 제복을 입은 멤버들은 사건의 흔적을 살피고 하트 괴물들을 추적한다. 한쪽에서는 사랑에 휘말린 멤버들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드러내고 다른 쪽에서는 경찰이 이를 진압하려 한다. 같은 얼굴을 한 두 무리가 쫓고 쫓기며 화면을 채운다.


경찰은 하트 괴물을 붙잡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이미 영향을 받은 멤버들에게서는 사랑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경찰은 이 뮤직비디오 촬영장의 거대한 플러그를 뽑는다. 그러자 세트가 무너지기 시작하며 모든 것이 강제로 종료될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영상이 멈춘다. 승민이 화면을 되감자 방금까지 진행되던 장면들이 거꾸로 돌아간다. 멤버들은 플러그를 다시 꽂아 붕괴를 막고 노래와 퍼포먼스를 이어간다. 마지막에는 영상 화면 자체가 유리처럼 깨지고 멤버들이 그 너머로 뛰쳐나온다. 사건 현장을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을 담고 있던 뮤직비디오 밖으로 탈출하는 결말이다.


ⓒ‘케이스 143’ 뮤직비디오
해석


제목의 ‘143’은 ‘아이 러브 유’(I love you)를 각 단어의 알파벳 개수로 바꾼 숫자다. 사건 번호처럼 보이지만 해독하면 사랑 고백이 된다. 수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제목에 답이 적혀 있는 셈이다. 시청자는 이 소동이 사랑 때문임을 알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생긴 변화를 통제할 수 없어 우왕좌왕한다.


하트 괴물은 그 혼란을 눈에 보이는 존재로 만든다. 사랑을 뜻하는 익숙하고 귀여운 모양에 일상을 어지럽히는 괴물의 역할을 부여했다. 설렘은 반가운 감정인 동시에 집중력을 빼앗고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드는 낯선 힘이다. 달콤한 하트와 위험한 괴물의 조합은 사랑의 이러한 양면을 장난스럽게 드러낸다.


경찰과 사랑에 빠진 인물들이 같은 얼굴이라는 점은 이 대립을 한 사람의 내면으로 읽게 한다. 제복을 입고 원인을 조사하는 경찰이 질서를 되찾으려는 이성이라면 하트 괴물에 흔들린 멤버들은 이미 마음이 움직여버린 감정이다. 누군가의 사랑을 외부에서 방해하는 악당과의 싸움이라기보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려는 나와 이를 말리는 자아의 충돌이다.


플러그를 뽑는 행동은 통제의 마지막 수단처럼 보인다. 감정을 설명하거나 잠재울 수 없으니 아예 모든 것을 꺼버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사라지는 것은 하트 괴물만이 아니다. 멤버들이 서 있던 공간 전체가 무너진다. 사랑만 선택적으로 지우려던 시도가 자신의 세계까지 흔드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승민의 되감기는 이 결말을 거부한다. 시간을 돌려 사랑이 시작되기 전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플러그가 뽑혀 끝나버릴 위기에 놓인 이야기를 다시 이어간다. 사랑은 처리해야 할 사고에서 끝내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바뀐다. 마지막에 멤버들은 경찰이 통제하는 공간뿐 아니라 관객이 바라보는 영상의 틀까지 깨뜨린다. 통제할 수 없는 사랑이 뮤직비디오라는 경계도 넘어섰다는 걸 보여준다.


ⓒ‘케이스 143’ 뮤직비디오
총평


‘케이스 143’의 재미는 사건을 설명하는 이야기와 사건을 일으키는 편집이 함께 움직인다는 데 있다. 분할된 화면과 급작스러운 전환으로 시선을 흔들다가 후반부에는 되감기와 화면 파괴로 영상이 정상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까지 뒤집는다. 사랑 때문에 평소의 질서가 무너졌다는 설정을 내용뿐 아니라 보는 방식으로도 전달한다.


음악도 한 가지 감정에 머물지 않는다. 반음계를 따라 움직이는 신스와 빠르게 전개되는 곡 구성은 낯선 설렘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받친다. 강한 랩과 선명한 멜로디, 낮은 음색의 후렴이 번갈아 나오면서 사랑 노래의 경쾌함 안에 스트레이 키즈 특유의 힘을 남긴다. 귀여운 하트 괴물과 진지한 경찰이 공존하는 화면처럼 소리에서도 장난기와 긴장감이 교차한다.


한줄평


범인은 사랑, 체포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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