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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참사’ ‘탄핵’ 중독증


입력 2022.10.03 07:07 수정 2022.10.03 05:52        데스크 (desk@dailian.co.kr)

생뚱맞게 외교장관 해임 건의라니

어린 희생자들에게 “고맙다” 하더니

똠방각하 노릇을 계속해 보시든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갈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 소속의원 169명 전원의 이름으로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미국 순방외교에서 ‘참사’를 빚었으므로 외교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명분이었다. 이 건의안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날 방한했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출국시간이 지난 후 표결에 붙여졌다고 한다. 민주당식의 외교적 예의인 모양이다(그날 북한도 해리스가 우리나라를 떠난 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에 미사일을 쏘는 게 부담스러웠다는 뜻이다).

생뚱맞게 외교장관 해임 건의라니

윤 대통령은 이튿날 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통해 발표했다. 민주당의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민심을 거역’한 것이라며, “결자해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대통령이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석은 169석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발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능하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은 299명이다. 과반수는 150명인데 민주당은 그보다 19명을 더 가지고 있다. 민주당의 이른바 ‘지도부’라는 사람들에게 찍히면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누구나 해임건의를 당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했었다.


“이번 순방의 총 책임자인 박진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대통령실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윤 대통령이 만약 오늘까지도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내일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


민주당은 ‘민심’을 들어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성토했지만 정의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정치 자체를 올 스톱시키는 나쁜 촌극’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정치 쇼에 동참하긴 싫다는 뜻이었다고 여겨진다.


고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의 관 앞에서 가서 조문하는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해서 외교적 결례라거나 참사라는 것은 과한 비난이다. 장례식에는 참석했고 그 후에 조문록도 작성했다. 민주당의 과장된 문제 제기는 영국 왕실로서도 아주 곤혹스럽지 않을까?


민주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면담’ 정도로 쪼그라들고 만 것을 두고도 ‘국제 외교 망신 참사’(박홍근 원내대표)라고 흥분했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심한 홀대를 일본과 중국으로 부터 당했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와 모양 좋게 만나지 못한 무대배경은 문 정부 때의 것이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만난 뒤 회의장을 떠나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는 언론보도에, 혹은 누군가 SNS로 제공한 토픽에 민주당은 환호작약했던 듯하다. 풀(pool)기자 소속사였던 MBC가 22일 오전 10시 7분에 같은 내용의 자막을 달아 영상을 보도했다. 그런데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그보다 37분이나 일찍 시작된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그 내용을 밝혔다(조선일보, 9. 26).

어린 희생자들에게 “고맙다” 하더니

박 원내대표는 그게 ‘한 시간 전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광속’의 정보수집 능력이다. MBC가 흘려준 게 아니라 SNS 동영상을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SNS 내용을 그대로 믿어 대통령을 그렇게 외교적 궁지로 몰아넣을 말을 공식적으로 ‘발표’까지 했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를 폄훼하는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 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정상외교의 목적도 전략도 성과도 전무한 국제 망신 외교 참사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비속어는 ‘쪽팔려’ 하나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는 바이든도, 우리 국민도 알기 전에 ‘망신’ ‘참사’ ‘국격 실추’라고 단정해서 공격함으로써그야말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언론들도 엉거주춤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렇게 믿는 것이 마음 편해서일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모진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이나 우리 당이나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코미디 당장 중단하고 이 문제는 깨끗하게 사과하고 지나가야 한다.”

유승민 전 의원이 29일 경북대학교 특강에서 한 말이다. 그렇게 말하려면 윤 대통령이 정확하게 무슨 말을 표현을 했는지, 그 워딩부터 특정하는 게 옳다.


전문가들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이건 추측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과학적 분석을 거쳐 규명해낼 수도 있을 텐데, 그 시간을 못 기다려 일단 터뜨리기부터 했다면, 언론이나 정당이나 너무 경박한 것 아닌가? ‘국격’을 중히 여기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자국의 대통령을 국내외 가십시장의 맨바닥에다 패대기치다니. 해당 언론사는 자사 소속의 취재기자가 직접 그런 표현을 바로 옆에서 들었다면 그렇다고 밝힐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언론자유’를 들먹여서는 안 된다.


진실이 무엇이든 민주당은 계속 ‘외교참사’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참사’가 만사형통의 주문(呪文) 쯤 되는 것으로 아는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권을 장악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박근혜 정부가 그 참사의 엄청난 충격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끝내 침몰해 버린 기억 때문인가.


2017년 3월 10일, 이정미 (당시)헌법재판관이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고한 후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는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그곳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방명록에 이런 글을 썼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2017. 4월 10. 문재인.”

똠방각하 노릇을 계속해 보시든가

‘참사’를 당한 어린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심리상태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날짜까지 잘못 쓸 정도로 마음이 들떠 있었을 수가 있다. 어쨌든 그 ‘참사’가 유족과 함께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했던 그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민주당은 아무 일에나 ‘참사’라는 것을 갖다 붙이는 건가?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뿐만 아니라 탄핵카드도 계속 만지작거리다, 내보이다 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상민 행정자치부 장관 탄핵에서 더 나아가 윤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이며 정부 여당을 압박하는 표정들이 사납기 그지없다. 마치 ‘참사’를 기다려 ‘탄핵’을 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외치고 싶어 하는 인상이다. ‘참사’까지는 모르겠지만 ‘탄핵’으로는 큰 재미를 본 게 사실이다. 그래서 입만 열면 ‘탄핵’부터 꺼내는가?


탄핵의 요건도 해임건의 요건이나 같다. 대통령을 제외하곤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만 있으면 탄핵이 된다. 민주당이 하고자 하면, 적어도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못할 게 없다. 그런데도 안 하는 것은 국격을 너무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인가?


이 상황에서 한·이 두 장관 탄핵을 시도해 봐야 득 될 것이 없다. 물론 소추는 할 수 있지만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행패로서의 정치를 이어가면 내후년의 총선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하긴 민주당이 그 멀리 있는 위험을 겁내어, 하고 싶은 일을 참을 사람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당장의 문제는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다. 자칫 국민과 검찰·경찰을 잘못 자극해 반작용이라도 초래하면 큰 낭패가 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건 아닌가?


‘보검은 칼집 속에 있을 때 힘을 발휘하는 법’이라는 생각에 슬쩍슬쩍 보여주며 겁을 주려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우리 대표님 손끝 하나 건드리기만 해봐라, 가만두나. 우리가 하려면 못할 게 없어. 국민의힘 분열시켜 열여섯 명 쯤 끌어오면 윤 대통령도 탄핵시킬 수 있다고!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렇게 탄핵소추 하는 것 봤지?”


그런데 ‘참사’와 ‘탄핵’에 중독되면 망하는 쪽은 민주당이다. 정권을 빼앗기고서도 반성할 줄 모르고 힘자랑에만 매몰된 정치집단을 국민이 용인하려 할 리가 있겠는가. 국회의원 한 사람 밑에, 국고 비용만으로도 연간 6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게 억울하고 아까워서라도 국민은 정치권 안의 ‘똠방각하’들을 청소하려 할 것이다. 못 믿겠으면 계속 똠방대 보시든가.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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