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 없애는 콘텐츠①] 영상 콘텐츠 쏟아지지만, 배리어프리 서비스는 ‘더딘’ 확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4.14 13:20  수정 2022.04.14 10:41

국내 OTT, 최근 오리지널 작품 위주로 자막 서비스 지원 늘려가

지난 2월 3일 KBS ‘뉴스9’. 이영호 앵커는 ‘제2회 한국수어의 날’을 맞아 뉴스의 마무리를 수어로 했다. 이 앵커는 “오늘은 제2회 한국 수어의 날이다. 눈과 손으로 전하는 우리만의 언어를 기념하는 날이다. 서로 조금씩 다른, 모든 사람들이 수어로 다 같이 반짝이는 날을 기대하면서 오늘 9시 뉴스 마무리 하겠다”고 말하면서 이를 수어로 표현했다.


동시에 이 말을 전달하는 수어 통역사는 이 앵커와 같은 비중으로 나란히 화면에 담겼다. 늘 오른쪽 하단의 작은 원 안에 갇혀 있던 수어 통역사의 모습이 2분할된 화면에서 앵커와 똑같은 비중으로 송출된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튜브 캡처

그동안 청각장애인들이 얼마나 제한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었는지 실감한 순간이었지만, 놀라운 사실은 그들이 작은 원 안에서나마 수어 통역을 보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사건을 알리는 긴급재난방송에서 자막 방송과 문자 서비스는 제공됐지만, 수어 통역은 제공되지 않으면서 관련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속초, 고성에 사는 장애인도 재난 속보를 듣고 안전해질 권리가 있다”며 농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을 호소했다.


이후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을 비롯해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차별 진정서 제출했고, 결국 2020년 4월에 이르러서야 인권위가 진정서를 받아들였다. 인권위가 지상파 방송 3사 메인뉴스에 수어 통역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고, 이후 2020년 9월 지상파 3사는 저녁 시간대 메인뉴스에 수어 통역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겨우 한 발을 뗐을 뿐이다. 청각장애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발자국 소리, 문 닫는 소리 등 영상에 담긴 것을 모두 언어로 표현하는 폐쇄자막 송출은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수어 방송의 비율은 전체 방송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의무편성 비율 또한 10% 정도에 그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한국 수어 방송은 현재 5% 내외에 불과하지만, 관련 단체와 인권위 등에서 개선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비율을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현재 7% 내외로 올리려고 노력 중이며, 이 비율 역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계속해서 협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급격히 성장한 OTT들도 배리어프리(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무는 것)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일부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만이 발 빠르게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선보이며 본보기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을 비롯한 모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화면해설 및 폐쇄자막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에 따르면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콘텐츠들의 재생 시간은 총 1만 시간 이상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에서 해당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로서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 접근성 기능의 도입이 기존 방송보다 더 용이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슈퍼 히어로를 다룬 ‘데어데블’에서 화면해설 기능을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빠르게 그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OTT들은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위주로 폐쇄자막 서비스를 지원하며 관련 서비스들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왓챠는 최근 빠르게 자막 제공 콘텐츠의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왓챠 관계자는 “현재 왓챠의 240여 편 콘텐츠에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150여 편에서 6개월 간 90여 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일부 오리지널 작품에만 한글 자막을 제공하고 있지만, “2022년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배리어프리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티빙 관계자는 “론칭 1년이 넘은 시점부터 준비를 들어갔으나, 아직 적용까지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는 자막 서비스를 위주로 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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