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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리와인드㉟] '킬힐' 신광호 작가, 웃음 넘어 긴장감 갖춘 ‘여성 서사’


입력 2022.03.23 10:01 수정 2022.03.23 08:41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12년 KBS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로 드라마 시청자들을 만나기 시작한 신광호 작가는 이후 ‘선암여고 탐정단’을 거쳐, 현재 ‘킬힐’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지상에 내려온 선녀 모녀의 좌충우돌로 웃음을 주던 신 작가는 이후 ‘선암여고 탐정단’에서도 다섯 명의 여고생들이 벌이는 탐정 행각으로 유쾌함을 선사했다.


tvN 드라마 ‘킬힐’에서는 이전의 유쾌함은 덜어내고, 홈쇼핑 업계에 종사하는 세 여성의 치열한 권력 암투를 그려내고 있다. 4.4%의 시청률로 출발해 4회까지 방송된 현재 3%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tvN, JTBC ⓒtvN, JTBC

◆ 유쾌한 시트콤→치열한 욕망 전쟁, 신광호 작가의 넓은 스펙트럼


신 작가의 첫 드라마 ‘선녀가 필요해’는 지상에 내려온 선녀 모녀와 2H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엮여있는 사람들의 유쾌한 코미디를 그린 시트콤으로, 당시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스탠바이’와 맞대결을 펼쳤다.


이에 시청률은 4% 내외로 저조했지만, 독특한 설정만큼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었다. 선녀 모녀가 지상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좌충우돌이 웃음을 선사했다면, 선녀들이 사람들과 얽히며 우정과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에서는 뭉클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었다.


이후 2014년 JTBC ‘선암여고 탐정단’으로 돌아온 신 작가는 이번에도 유쾌한 면모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갔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5명의 고등학생이 ‘선암여고 미스터리 탐정단’을 결성, 학교 주변의 미해결 사건들을 파헤치는 학원 추리 드라마다. 소녀들이 사건을 해결하며 분투하는 과정이 심각하지 않게 그려졌다. CG를 활용한 다양한 효과들로 볼거리를 주고, 광고를 패러디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로 ‘예능 드라마’라는 평을 받을 만큼 분위기가 밝았다.


여기에 신 작가는 왕따부터 부정시험, 10대 임신과 낙태 등 무거운 문제들을 이질적이지 않게 녹여내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각 에피소드에 10대들이 직면한 고민과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며 이를 사회문제로도 확장시키며 깊이감을 확보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쾌함과 진지함을 능숙하게 오가는 신 작가의 필력이 ‘선암여고 탐정단’을 웰메이드 드라마로 만드는 요인이 됐었다.


현재 ‘킬힐’에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홈쇼핑 업계의 치열함을 진지하게 다뤄내고 있다. 성공을 열망하는 세 명의 여성들이 욕망을 드러내고, 또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서로 갈등하는 과정들이 짜임새 있게 그려지며 긴장감을 유발 중이다.


홈쇼핑 업계라는 특수한 배경을 디테일하게 그려내 신선함을 주는가 하면, 각 인물들 역시도 입체적으로 표현돼 그들의 선택을 납득하게 한다. 신 작가는 다양한 성격의 작품을 통해 유쾌함과 묵직함을 능숙하게 오가며 넓은 스펙트럼을 증명하고 있다.


◆ 연대하거나, 갈등하는 여성들


‘선암여고 탐정단’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개성 넘치는 5명의 학생들이 보여주는 케미였다. 진지희(안채율 역), 강민아(윤미도 역), 혜리(이예희 역), 스테파니리(최성윤 역)는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오합지졸 탐정단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똘똘 뭉쳐 엉뚱한 일을 벌여 웃음을 짓게 하다가도, 친구들의 무거운 문제를 마주할 때는 진지한 모습으로 드라마의 무게감을 잃지 않게 했었다. 등장인물의 숫자는 많았지만, 그럼에도 각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이들의 연대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킬힐’에서도 신 작가는 남다른 디테일로 입체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우현(김하늘 분)과 옥선(김성령 분), 모란(이혜영 분)이 성공을 위해 질주하게 되는 이유가 탄탄하게 구축돼 시청자들이 그들의 치열한 암투에 푹 빠져들 수 있게 한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 또한 확실해 보는 이들이 그들의 선택에 깊게 몰입하게 된다.


적이면서도 동료가 되기도 하는 그들의 관계는 탄탄한 케미로 깨알 재미를 선사하던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이에 한층 다채로운 재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더불어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이들의 매력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는 신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들이 추후 또 어떤 방식으로 새롭게 얽히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지 다음 전개가 기다려지는 ‘킬힐’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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