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보다 중요한 것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2.02.25 09:00  수정 2022.02.25 08:51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야권후보 단일화 논란

윤석열 삼고초려-안철수 결단에 갈급한 민심

후보 유권자 누구든 ‘천추의 한’ 남기지 말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첫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가 열린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세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이전의 안철수는 없었다. 결연했고 비장함이 묻어났다. 후보 단일화를 스스로 제안하고 스스로 결렬을 선언한 직후 열린 토론회여서 어느 정도 예상은 됐다. 윤석열을 향한 공격적 언사는 나름의 전문성을 토대로 우월감을 과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답변을 듣는 동안 비웃음 띠거나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모습도 되풀이됐다.


후보 단일화 이야기는 안철수 모노드라마로 끝나 버렸다. “단일화 제안 후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험하고 어렵더라도 저는 제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 안철수는 대선 완주를 다짐했고, 후보 단일화는 그렇게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평가와 전망은 엇갈린다. 조물주 외에는 아무도, 어쩌면 안철수 조차 알 수 없을 지 모른다.


선공(先攻)은 ‘100%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제시한 데서 출발했다. 안철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수불퇴까지 선언했다. 뒤이어 SNS에 수많은 갑론을박이 오갔다. ‘촌철살인의 압권’이라는 메시지 하나를 여론의 단면으로 인용한다. “국가대표팀과 조기축구팀이 시합을 하고, 승패는 응원전으로 결정하자고 한다. 이런 게 야바위다.”


안철수의 통첩에 윤석열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단일화 협상의 무게를 후보 간 담판에 뒀던 터에서다. 국민경선은 방식뿐 아니라 대선이 임박해 물리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 곧바로 정리돼 나왔다. 지지율 격차가 크고, 범여권과 이재명 측에서 역선택 등의 농간으로 야권 분열에 악용할 것이 우려된다는 설명이 붙었다.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야권후보 단일화 논란

이후 단일화 논란은 배가 산으로 가는 그림이다. “이준석에게서 이달 초 안철수 사퇴를 조건으로 합당을 제안 받았다.”(이태규) “국민의당 측에서 안철수 의사와 관계없이 안철수를 접게 만들겠다는 제안을 해 왔다.”(이준석) 국민의당 쪽에서는 안철수 측이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하되 합당은 하지 않는 등의 방안도 물어온 것으로 보도됐다.


3차토론 후 유세에 나선 안철수의 목청은 높았다. “윤석열이 겁을 먹고 도망쳤다” “그가 후보를 포기하면 내가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 평가는 관객들 몫이다. 민주당 측의 반색과 안도는 노골적이다. 때와 장소를 골라가며 조롱하고 러브 콜을 던지며 집적거린다. 설마 개헌, 다당제 따위 미끼로 ‘안철수 귀순’까지는 피차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후보 단일화에 윤석열 측이 미련을 갖는 것은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다. 배경에는 다자대결에서도 승리한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45.3%, 이재명 40.8%, 안철수 6.0%였다. CBS(서던 포스트) 조사(윤 40.2%, 이 31.4%. 안 8.2%)와 서울경제(칸타코리아) 조사(윤 41.3%, 이 32.2%, 안 6.9%)에서는 1, 2위 격차가 더 컸다. (이상 중앙선거관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학식과 도덕성에서 안철수가 비교적 탄탄한 것은 사실이다. 그의 11년 정치이력은 거기에 크게 못 미친다. 솔직히, 부정적 평가들이 주를 이룬다. 참신성은 퇴색했고, 신망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집 세고 이기적이라는 평판이 늘 따라 다닌다. 김종인 윤여준 최장집 이헌재 등 한때 안철수 멘토로 의기투합했던 명망가들은 얼마 안 가 그의 곁을 떠났다.

윤석열 삼고초려-안철수 결단에 갈급한 민심

창당(5회) 달인, 상습 출마, 상습 단일화, 상습 철수 등도 안철수의 어두운 그림자다. 선거 후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다 대개 선거에 맞춰 돌아온 것도 무임승차 비판을 받는다. 몇 차례 정치적 고비에서 그의 선택은 보수우파에 치명상을 입혔다.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등에서 봤던 ‘아름답고 통 큰 양보’들이 그랬다.


후보 단일화 결렬 선언 후 어느 경제신문 인터넷판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안철수는 전생에 대한민국과 무슨 원수를 져 인생을 대한민국 망치는 일에 거나.” 극단적 일면을 감안하고도 ‘안철수 트라우마’와 정권교체 열망을 짐작하고 남는다. 애국시민들의 탄식과 분노, 허탈, 소망이 거기 범벅돼 녹아 있다. 이렇게 안철수 트라우마는 진행중이다.


윤석열의 삼고초려와 안철수의 대승적 결단을 갈망하는 함성은 높다. 막후 접촉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소중하다. 그렇다고 안철수의 선의에 목을 매듯 연연할 것은 아니다. 그 역시 탐욕에 찌든 또 한 명의 정치인일 뿐이다. 피할 수 없으면 맞닥뜨리는 것 외에 길이 없다. 그럴 때 안철수를 찍으면 어떻다는 정도의 양식과 분별력은 유권자마다 있을 것이다.


올바른 투표와 소중한 표심을 도둑맞지 않는 것은 안철수보다 훨씬 중요하다. 궤적을 보면, 정권연장을 위해 촛불 쿠데타 집단이 커튼 뒤에서 궁리해 낼 일에는 한계가 없다. 안철수에게 한 눈 파는 사이 또 다른 김대업과 새 드루킹이 기지개를 켜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4.15 총선 부정,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생태탕, 울산시장선거 하명수사도 다르지 않다.

후보 유권자 누구든 ‘천추의 한’ 남기지 말라

마침내 막장 캠페인도 질주를 시작했다. 경쟁자를 겨냥해 ‘겁대가리’ ‘감히’ ‘건방지게’ 막말이 이재명 입에서 거침없이 뿜어져 나온다. 자랑스럽다던 대장동 치적은 ‘윤석열은 죽어’ 패널과 함께 윤석열 게이트로 둔갑중이다. 조작냄새 물씬한 여론조사까지 스멀스멀 고개를 내민다. 야당 추천 위원 없는 선관위에서 편향적 유권해석이 나오는 것 쯤은 뉴스도 아니다.


이재명 게이트 논란을 “대장동 문을 굳게 지켜 비리를 막았다”고 둘러대는 데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분당 아파트 옆집 2402호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는 데 어쩌겠느냐”는 말도 천연덕스럽기 짝이 없다. 김혜경이 직접 법인카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은 하루도 안 돼 거짓으로 들통났다. 저 유명한 기축통화국 헛발질은 전경련이 뒤집어썼다.


3.9 대선은 죽느냐 사느냐를 선택하는 대사다. 선거 끝날 때까지 선거는 끝나지 않는다. 뻘짓 한 방이면 모든 것이 허사다. 후보와 유권자 누구든 천추의 한을 남기면 안 된다.


글/한석동 전 국민일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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