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영화인①] “아이맥스관 찾아 원정 떠나”…소외되는 지방 주민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11.19 13:30  수정 2021.11.19 10:16

‘듄’ 보러 용산까지 원정

“지방 영화인 활약 늘다 보면 지역 자체의 부가가치도 창출될 수 있어”

현재 상영 중인 화제작 영화 ‘듄’은 아이맥스로 촬영된 화면과 한스 짐머가 만들어낸 웅장한 음악을 통해 거대한 우주 세계를 스크린에 옮겼다. 이 때문에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관람을 해야 감독의 의도를 극대화해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듄’의 상영을 두고 일부 지방 관객들은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 몇 곳을 제외한 지방에는 아이맥스 상영관과 같은 특별 상영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들도 많다. 이러한 곳에 사는 이들은 ‘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하거나, 여의치 않은 경우 아쉬움을 감수해야 한다. 영화 한 편을 제대로 보는 상황에서조차 지역별 문화 차이가 나고 있는 셈이다. ‘듄’은 물론, 영화 ‘인터스텔라’(2014)와 ‘덩케르크’(2017) 등 영상미가 강조된 작품들이 개봉될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는 더 큰 상영관을 찾아 지역을 이동하는 ‘스크린 원정’이 이어지곤 한다.


ⓒ뉴시스

지난 2003년 이후 문화예술 관람률은 꾸준히 증가 중이지만, 경제적,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여전히 지방에서는 문화예술 접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아이맥스, 4DX관과 같은 특수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극장은 경기도가 110개관, 28.8%로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이 서울이다. 서울, 경기, 인천을 합친 수도권에만 전체 특수상영관의 60% 가까이가 모여 있다.


예술 영화나 소규모 영화들을 보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문화예술의 확산 등을 위해 연간 상영일수의 100분의 60 이상을 독립·예술영화만 상영하는 독립·예술 영화관은 전국 50개로 집계됐으며, 지역별로는 서울 18개, 경기 7개, 부산 5개, 인천 4개 순이다. 대구, 광주, 충남이 각 3개, 대전, 강원이 2개, 충북, 경북, 경남이 각 1개씩 운영하고 있으며, 울산, 세종, 전북, 전남, 제주에서는 단 한 개의 독립·예술전용관도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 서울, 인천, 경기를 합친 수도권의 비중이 58%로 수도권과 타 지역 간의 격차가 크다.


영화관이 아예 없는 중소 시·군 지역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던 작은영화관 사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소외되는 이들이 다시 생기고 있다. 작은영화관은 영화관이 없는 중소 시·군 지역에서도 최신 개봉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로, 지난 2010년 시작된 사업이다. 2010년 11월 25일 전북 장수군에 한누리 시네마가 문을 열며 그 지역 유일한 영화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이후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사례를 바탕으로 극장이 없는 중소 시군 지역에 ‘작은 영화관’ 개설 사업을 추진해 왔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모든 작은영화관이 휴관에 들어갔었다. 작은영화관 34곳을 위탁 운영하던 작은 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폐업을 선언하고 영화관 운영권을 지자체에 반납한 것이다. 이에 작은 영화관들은 폐관 또는 해당 지자체의 직접 운영, 민간단체 위탁 등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문화·예술 전체로 범위를 확산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미술관과 도서관, 박물관, 생활문화센터 등 전국의 문화기반시설은 총 3017개로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그러나 그중 1092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문화시설을 채워야 할 문화예술인들의 부족 문제도 지적된 바 있다. 지난 9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예술인 활동증명서 발급 현황’에 따르면, 예술인 활동증명을 받은 예술인은 2020년 9월 기준 전국 12만1214명이다. 이들 중 약 60%인 7만3296명이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당시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예술 저변이 균형적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외형만 확장할 것이 아니라 지방의 예술인들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처의 사업 계획과 구체적인 예산 집행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에서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꼭 필요한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산에서 영화 제작자로 활동 중인 제작사 눈의 김예솔 대표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이 있다면 그 지역의 영화 영상산업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청년 및 관련 인구 유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쟁력을 갖춰 질 높은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그 사례를 반복하다 보면 지역 자체의 부가가치도 창출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지방 예술인들을 배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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