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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호연 안에 ‘새벽’을 쌓아갔죠”


입력 2021.10.19 08:00 수정 2021.10.18 20:0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오징어 게임’ 새벽 역으로 전 세계적 인기

SNS 팔로워 40만명→2000만명으로 급증

배우 정호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배우로서 대중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까지 챙기면서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한 작품 자체의 힘도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호연이 준 울림은 컸다.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40만명이던 정호연의 SNS 팔로우수는 현재 2000만명을 넘긴 상황이다.


모델로서 ‘톱’의 위치에 있던 정호연의 연기 도전 자체에 궁금증도 많았다. 모델 전문 에이전시와의 계약이 끝난 후 연기 전문 매니지먼트인 사람 엔터테인먼트에 새로운 둥지를 튼 건 그에게 또 다른 기회를 안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모델 커리어적으로 좋은 날도 있었지만 안 좋은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그럼 나는 또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했죠. 이런 고민을 구체적으로 품게 된 건 해외에 나가게 됐을 때였죠. 루이비통 익스클루시브 모델도 하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경험했다가 그것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경험을 했어요. 커리어가 떨어지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다보니 영화나 책을 많이 보게 됐고, 그 안의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때 한국에 와서 연기 연습을 받았고, 사람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하게 됐죠.”


10년간 모델로서 전 세계 런웨이를 누비던 그가, 단숨에 ‘대박’ 연기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극중 새벽 캐릭터에 대한 정호연의 철저한 분석 덕분이었다. “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이 고민해 보고 가까이 가본 적은 처음”이라는 그는 오디션에서 황동혁 감독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새벽이를 들여다봐야겠다는 방법뿐이 없었어요.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사실 제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영상 오디션을 본 후 실물 오디션을 보자고 연락을 받았을 때 패션위크 일정을 다 취소하고 바로 한국에 들어왔어요.”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처럼 새벽 캐릭터는 정호연에게도 특별했다. 그는 새벽이의 가장 큰 매력으로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사는 친구”라고 말했다. 캐릭터의 매력을 꿰뚫었던 덕분에 그는 새벽이의 내면에 더욱 집중했다.


“저는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던 아이라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새벽이는 가족을 위해 목숨까지 걸면서 살아가는 아이잖아요. 어린 나이에 정말 책임감도 강해 놀랐죠. 새벽이를 연기하면서 남을 위해서 살았을 때 나의 삶이 더 가치 있어지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배웠어요.”


ⓒ넷플릭스 ⓒ넷플릭스

헛된 경험은 없다는 말을 증명해내기도 했다. 전혀 다른 모델과 배우라는 직업 사이에서도 접점은 있었다.


“처음에는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모델은 과장된 몸짓, 표정을 지어 옷의 실루엣을 살리거나 소품을 돋보이게 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이나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연기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직업이라는 면에서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의 부담을 조금 일찍 떨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무대에서 런웨이를 수도 없이 섰던 정호연이지만, 연기는 그에게 또 다른 설렘이었다. 더구나 새벽 역은 리액션이 많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디테일한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호연은 새터민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관찰했다. 또 새벽의 입장에서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안에 새벽을 쌓아갔다.


“감독님께서 제 눈빛이 ‘야생마’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삶에 관한 의지나 목표를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눈빛에서 읽으셨다고. 특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씬을 찍고 감독님께서 ‘눈빛이 너무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 마지막에 하늘을 쳐다보는 게 마음에 드신다고요(웃음).


“사실 이번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연기라는 것에 완벽하게 몰입을 했어요.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에 오디션이 끝나고도 캐스팅 여부를 떠나서 행복했어요. 그런데 제가 캐스팅이 됐다고 연락을 받았을 때 공포감도 들었고 부담감이 들더라고요. 이후 사투리나 무술 연습을 하고, 감독님과 배우들 미팅 및 리딩을 하면서 날이 갈수록 부담감이 커졌죠.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야 선배님들과 감독님께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점차 부담감을 벗었어요.”


정호연은 ‘오징어 게임’을 ‘뜨거웠던 여름밤의 꿈’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뜨거운 여름에 촬영을 한 것 때문만이 아니라, 이 ‘꿈’과 같은 일은 ”연기 외에 다른 관심사가 없다”는 정호연의 뜨거운 마음과 열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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