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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문대통령은 '입구론' 김여정은 '출구론'


입력 2021.09.24 14:24 수정 2021.09.24 16:0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김여정 "전쟁 불씨 놔두고 종전선언 불가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청와대/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청와대/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이 상대방에 대한 적대 철회의 의미를 갖는다면서도 종전선언의 시기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서로에 대한 존중 △타방에 대한 편견적 시각 철회 △적대시 정책 철회 △불공평한 이중기준 철회 등을 언급했다.


종전선언을 적대 철회의 '방법론'으로 인정하면서도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적대 철회를 다시 언급하는 모순적 입장을 밝히며 선을 그은 모양새다. 결국 문 대통령이 협상 '입구'로 제시한 종전선언을 북한은 협상 진전에 따른 '출구' 성격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부부장은 이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개인명의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문제를 또다시 제안했다"며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조선반도 평화보장 체계 수립의 단초로 되는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의의를 공감한 데로부터 우리는 지난시기 여러 계기들에 종전선언에 대하여 논의한 바 있다"며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도 했다.


다만 "지금 때가 적절한지 그리고 모든 조건이 이런 논의를 해보는데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우리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시적인 정책과 적대적인 언동이 지속되고 있는 속에서 반세기 넘게 적대적이었던 나라들이 전쟁의 불씨로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현존하는 불공평과 그로 인한 심각한 대립관계, 적대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것이 누구에게는 긴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가 없고 설사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종전선언의 전제조건으로 △서로에 대한 존중 보장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 철회 △적대시 정책 철회 △불공평한 이중기준 철회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선결조건이 마련되어야 서로 마주 앉아 의의 있는 종전도 선언할 수 있을 것이며 북남관계, 조선반도의 전도문제에 대해서도 의논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기들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들은 한사코 걸고 들며 매도하려 드는 이러한 이중적이며 비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고 우리나라 자체 기술로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신무기를 '대북 억지력'으로 과시한 데 대해 재차 불쾌감을 피력한 모양새다.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SLBM 개발 사실을 공개했던 지난 15일 개인명의 담화를 발표해 자신들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역시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제사회 규범을 어기고 핵개발을 지속해 전 세계 안보 불안정을 야기한 북한과 비확산 모범국으로서 선을 지키며 무기개발을 해온 한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며,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입장 표명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美 겨냥해 '적대정책 철회하라'더니
韓 콕 집어 "조건 마련에 신경써라"


김 부부장은 미국에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해온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남측을 콕 집어 "조건 마련에 신경 쓰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은 늘 자기들이 말하듯 진정으로 조선반도에 항구적이고 완전한 평화가 굳건히 뿌리내리도록 하자면 이러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남조선이 때 없이 우리를 자극하고 이중자대(이중잣대)를 가지고 억지를 부리며 사사건건 걸고 들면서 트집을 잡던 과거를 멀리하고 앞으로의 언동에서 매사 숙고하며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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