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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만진 묘비 닦는 ‘더러운’ 한국 정치


입력 2021.07.20 08:02 수정 2021.07.20 10:35        데스크 (desk@dailian.co.kr)

동네 아낙 수준의 증오와 시기, 질투… 제발 언제나 졸업할까?

방문과 눈물, 주장과 비난 끝없이 이어지는 공연 정치도 식상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급기야 묘비를 닦아내는 퍼포먼스까지 일어났다.


친정부 시민단체도 아니다. 여당의 이름 있는 대권 주자라는 사람에 의해 벌어진 정식 일정이다. 이것이 2021년 대한민국 정치의 실상이고 수준이다.


민주당 의원 김두관은 엊그제 자신의 정적(政敵)으로 삼고 있는 듯한, 야권 선두 주자 윤석열이 광주 5.18 묘지에 가 울먹이며 5.18정신에 대해 말한 것이 보도되자 발끈했다. 그런 말을 할 자격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이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아니면 사전 계획이 그랬는지, 다음날 바로 광주로 가 윤석열이 만졌던 묘비에 남아 있는 그의 흔적을 지웠다.


어이가 없다. 대선판이 어디 동네 아낙들 싸움터인가? ‘부정 탔다’라며 손수건으로 미워하는 사람이 만진 부분을 닦아내다니……. 정말 창피한 일이다. ‘이곳은 훌륭하신 우리 조상님의 얼이 서려 있는 곳이니 너희 같은 상놈 집안 자손들은 얼씬도 마라’는 식이다. 미국에서 백인 젊은이가 흑인에게 ‘노예의 후손들은 이런 데 오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그의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압력 펌프로 청소를 하는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김두관(1959년생)과 윤석열(1960년생)은 한 살 차이다. 둘 다 80년 광주의 비극을 대학생 때 타지에서 들으며 분노하고 슬퍼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41년 뒤, 한 사람은 평생 검사였다가 대권 도전에 나섰고, 다른 한 사람은 학생운동으로 옥살이를 하고 나와 일찍부터 정치에 뛰어들어 이장에서 군수, 도지사로 승승장구하다 국회의원도 되어 대선 재수를 하고 있다.


윤석열의 광주행은 물론, 표 계산이 들어간 진보좌파의 심장부 공략을 위한 제1 순위 일정이긴 하지만, 그가 김두관으로부터 “더러운 손을 치우라”는 말을 들을 만큼 더러운 일을 한 사람은 아니다. 김두관은 5공 검찰이 광주 투사들을 포함한 민주화 세력을 좌경으로 몰아 잡아 가두는 역할을 했으므로 훗날 그 검찰에서 ‘앞잡이’ 노릇을 하며 출세한 윤석열이 광주에 발붙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정권이 원하지 않는 국정원 댓글 수사와 조국 수사에 앞장서고 지휘한 사람이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오르는 출세는 문재인 정부가 시켜준 것이고 말이다. 그 ‘은혜’에 보답하지 않고 들이받아 배신자로 낙인찍혔으며 김두관 본인 같은 경쟁자들로부터 무한한 증오와 원한을 받는 처지다.


거꾸로 생각해보자. 윤석열이 여권의 정권 재창출에 반대하지 않고 그 재창출을 위해 민주당 주자가 됐다면, 김두관은 그때도 ‘더러운 손’ 운운할 것인가? 아마도 학교 다닐 때부터 광주의 한(恨)을 온몸으로 느끼며 검사 시절에도 현 정권의 반민주적 행위를 엄정 수사했다고 찬양하지 않았을까…….


김두관은 요즘 여론조사에서 1~2%대 지지를 받는 여권의 기타 주자다. 여권 1등인 이재명을 편드는 발언을 부쩍 많이 하는 모습도 비친다. 그가 왜 후보로 나섰는지 알쏭달쏭한 대목이다. 묘비 닦는 퍼포먼스 같은 것이 보도되는 데 만족이나 하는 퇴물, 단골 후보로 벌써 전락한 것인가?


아하, 그는 윤석열 낙마의 사명을 띠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 이른바 페이스메이커로 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두관은 광주에 가서 그가 만진 박관현, 김태홍 열사 묘를 닦으며 “그를 대권 후보에서 반드시 끌어내리겠다”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전 의원 이언주가 그에겐 ‘임자’였다. 그가 윤석열에게 더러운 손 치우라고 말하니 그녀가 ‘그 더러운 입 좀 닫으라’고 쏘아붙였다. “광주를 전세라도 냈나?”라고 민주당 쪽에 조롱 반문을 하기도 했다.


이언주의 ‘전세’ 발언은 ‘우리만 잘났다’는 듯 한때의 민주화 운동으로 평생을 우려먹고 있는, 이 시대 586 진보좌파들의 특권과 선민의식을 힐난한 것이었다. 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그들의 그런 행태에 이미 신물이 나 있던 터에, 위선과 무능의 탈까지 벗겨지자 이제 시대 교체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팽배해진 상태다. 정권교체 욕구다.


김두관이 욕하는 ‘더러운 손’은 5공 정권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진실과 정의의 편에 언제나 서지는 못한 필자의 손도 해당한다. 먹고 사는 삶의 현장에서 독재 정권에 협조한 일반 시민들도 그렇다면 더럽긴 매 한 가지다.


그러나 광주의 아픔을 모르고 광주의 서러움에 공감하지 못한, ‘더러운 손’을 가진 사람이 이 땅에 얼마나 될까? 이제 그런 식의 유치하고도 자해적인 이분법에서 졸업할 때다. 친일 논쟁에서 졸업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도 대체로 같다.


차제에 어딜 방문하고 눈물 쏟고 하는 공연 정치도 이제 식상하니 여야 주자들 공히 자제했으면 좋겠다. 팬들은 감동하지만, 적들은 혐오한다. 주장과 비난만 끝없이 이어진다. 카메라 기자들이 일감이 없어 허덕여도 좋으니 정책 경쟁에 치중하면서, 제발 신사적이고 품격 좀 있게 언행을 하도록 하라!


그리고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김두관은 윤석열이 만진 묘비 닦으려고 광주에 내려가기 위해 쓴 경비를 혹시라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지 않았기 바란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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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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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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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 2021.07.20  02:14
    동네 이장감도 안되는 찌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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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뚱띵띵 2021.07.20  11:46
    딱 !!! 시골동네 이장수준이지,, 그냥 이장이나 하지, 저정도 수준이 왜 겨나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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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치02 2021.07.20  11:01
    대권후보 정치인이아니라 양아치 걸래만도못한놈이다,한국정치사에 길이남을굴욕이요 치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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