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건조론 부족"…마스가 이후 K-조선, 원자력·무인함 주목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7.08 18:25  수정 2026.07.08 18:25

美 조선 재건 속 한국 역할 제한적

MRO·보조함 넘어 차세대 해양 전력 부상

건조부터 정비·해체까지 전주기 모델 필요

대릴 커들(왼쪽 두 번째) 미 해군참모총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왼쪽 세 번째)가 미국 해군 보급함 찰스 드류함을 둘러보고 있다. ⓒ한화오션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계기로 한미 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국내 조선·방산 업계가 차세대 해양 전력 플랫폼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순 함정 건조를 넘어 원자력 추진 플랫폼과 AI 기반 무인함정 등의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호섭 해군협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해양 안보 세미나에서 “마스가는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지만 단순 건조 협력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원자력 추진 플랫폼과 무인함정 통제 체계까지 미래 해양 전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스가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의 조선 역량을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국내 조선 업계에서는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보조함 건조, 미국 조선소 투자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협력 기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내 조선업 재건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분명한 만큼 한국 조선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협회장은 “미국 입장에서 마스가의 가장 핵심은 한국과 일본의 투자를 유치해 미국 내 조선 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함정을 건조해 넘기는 방식에는 미국 내 저항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 해군도 조선 산업 기반 재건에는 찬성하지만 당장 배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미국 내 조선 산업 기반을 재건하는 동안 이를 메우는 브릿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무인수상정이 새로운 협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정 협회장은 “마스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미국 조선 산업 재건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생겼다”며 “미국 내 혁신 기업들이 무인수상정 기술을 빠르게 성숙시키면서 유인함보다 무인수상정을 키우는 게 낫다는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남동우 한화오션 고문이 8일 국회의사관에서 열린 해양 안보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이러한 무인함정의 핵심은 개별 선박이 아니라 통제 체계에 있다. 유재관 LIG D&A 연구위원은 “무인함정과 무인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그에 대한 통신망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를 통해 “야전 지휘관이 포병 지원을 결심하고 체계가 가동되는 데 걸린 시간이 45초밖에 안 됐다”며 “우리 군도 그렇게 준비돼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군은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를 통해 무인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양산하고 효과적으로 동시에 통제할 수 있을지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며 “플랫폼을 어떻게 엮어서 동시에 운영할 수 있을지가 현재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인함정이 해양 전력의 운용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라면, 원자력 추진 플랫폼은 함정의 작전 범위와 지속 능력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제시됐다. 남동우 한화오션 상근고문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세 척을 만들어서 이게 사업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원자력 추진 체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면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 고문은 원자력 추진 체계를 잠수함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잠수함은 지금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고, 수상함과 항공모함도 원자력 추진이 가능한 플랫폼”이라며 “SMR 기반 무탄소 친환경 선박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선행돼야 한다. 남 고문은 “해상용 원자력 추진 체계는 육상 원전과 차이가 크다”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안전 규제를 별도로 만들어 적합한 설계와 건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인력 확보도 과제로 꼽혔다. 그는 “현재 국내 조선소에 있는 엔지니어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가가 주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속 사업이 없으면 양성한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간중간 대형 설계 프로젝트를 만들어 인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고문은 “현재 함정 획득 방식은 단발성 건조 계약 위주라 지속적으로 투자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렵다”며 “건조부터 정비, 해체에 이르는 전주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민간 조선소의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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