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재제청'에 헌재 카드 띄운 국민의힘…인용보다 '위헌 프레임' 노린다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6.09.22 06:30  수정 2026.09.22 06:3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헌재에 '李 재제청' 권한쟁의 청구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헌법 위반"

李정부 '사법부'라 인용엔 '회의적'

"그래도 정치적 행위 보여줘야"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성수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희대(왼쪽) 대법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간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가 길어지자, 국민의힘이 판 흔들기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인용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지만, 대통령의 위헌 논란을 재점화 기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21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청와대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한 지 24일 만에 행동에 나선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서면 제청한 바 있다. 헌법 제104조 2항에 따라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제청권은 대법원장에게 있지만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관례상'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왔다.


당초 논란은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제청한 탓에 사법 개혁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대법원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직후부터 조희대 사법부와 민주당 간 신경전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이 위헌 논란을 제기한 것은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에게 손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함께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만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 것이며, 나아가 국회의 인사 검증과 동의 권한도 침해한 것이라며 '위헌성'을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가 손 후보자를 거부한 이유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김민기 수원고법 판사를 선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 판사 배우자가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대법관 쇼핑'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의도적으로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탄핵 사유로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이유도 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단 받기 위해서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김태규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별히 형식적인 하자가 있어서 검토를 통해 제안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도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은 것은 명백한 권한남용이자 직권남용, 위법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태규 법률자문위원장,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 최지우 법률자문위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심판청구서(이재명 대통령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미제출 및 재제청 요구로 인한 국회의 대법관 임명동의권, 국회의원들의 심의 표결권 침해 관련)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재제청' 논란을 오히려 정부·여당이 자초했고, 나아가 스스로 '위헌'임을 고백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당시 청와대는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대해 "국민주권의 원리에 비춰 볼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솔직히 재제청이라는 것이 어느 나라 법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재제청이 정당한 권한이라고 국민의힘이 아니라 정부·여당이 스스로 주장하지 않았나. 헌법에 그대로 나와 있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위법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위법이라고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헌재에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은 사건이 접수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헌재가 인용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이 대통령의 위헌성을 입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헌법 위반이 확인됨에 따라 '탄핵 공세'에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헌재가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파장을 일으킬 사건인 만큼, 헌재 입장에서도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원래는 6개월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훈시 규정인 탓에 헌재가 기간을 지키진 않을 것 같다"며 "사안 중요한 만큼 헌재가 의지가 있다면 신속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겠지만, 이재명 정부하에 헌재라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평가절하하며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조 대법원장 때문"이라면서 "조 대법원장에게는 눈을 감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다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고 반발했다.


실제 국민의힘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헌재에서 인용될지는 미지수지만, 정부·여당의 사법부 흔들기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부각하는 데는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영훈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은 "야당이 내는 권한쟁의는 될 것으로 생각해서 낸다기보다는 이 자체로 하나의 정치 행위로서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했고 현재 헌재 인적 구성을 보면 인용될 생각으로 낸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가 야당이 모두 함께 권한쟁의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인용될 것으로 생각해서가 아닌, 야당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