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웃으며 만났지만…김민석·추미애 사이 감돈 '어색한 기류'

데일리안 의정부(경기) =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6.09.21 18:00  수정 2026.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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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 등으로 공방 벌이던 金·秋

김민석 "훌륭한 경기도" 추켜세웠지만

추미애, 재정 문제 직격…지원 정상화 요구

겉으론 '협력'했으나 갈등 봉합은 '미지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경기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경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인사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지사가 최근 정치 현안을 놓고 공개적으로 맞선 가운데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김민석 대표는 추미애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를 치켜세우며 협력의 손을 내밀었지만, 추 지사는 경기도 재정 문제를 정면으로 꺼내 들며 당과 정부에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을 강하게 촉구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웃음과 덕담이 오갔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쉽게 풀리지 않은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21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 민주당 지도부가 도착하기 전인 오전 9시5분쯤부터 청사 별관 앞에는 정장 차림을 한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4층 회의실 앞에는 박지혜·김준혁·서영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김 대표가 오전 9시9분쯤 청사에 도착했지만 추 지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 지사는 약 10분 뒤인 오전 9시18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추 지사는 김준혁 의원과 악수를 나눈 뒤 내빈실로 들어갔다. 이후 회의가 시작되는 오전 9시20분 김 대표와 추 지사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민주당 지도부가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최근 정치 현안을 놓고 충돌했던 두 사람의 첫 공식석상 대면이었지만, 회의장 안에서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가 왼편에 앉아있던 한병도 원내대표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지만 오른편에 앉아 있던 추 지사와는 개별적인 소통은 없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온 메시지는 오히려 김 대표의 '손 내밀기'였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지사님께서 이끄는 경기도가 정책과 인사, 소통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탁월한 모범이 돼 주실 것을 믿고 또 기대한다"며 경기도의 취약한 재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개혁 노선을 둘러싸고 추 지사의 이재명 대통령 및 여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김 대표가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됐던 것과는 결이 다른 메시지였다. 김 대표가 이 대통령의 지난 18일 기자회견 직후 "당도 더 겸손하게 경청하며 민생을 살펴갈 것"이라고 밝힌 만큼, 대통령이 강조한 통합과 경청 기조를 당 대표 차원에서 실천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까지 이어진 당정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내부 갈등을 더 키우기보다는 주요 인사들을 끌어안고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정청래 전 대표 측을 끌어안는 통합 행보 등을 이어가며 지지층 결집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추 지사의 답변은 예상보다 강했다. 추 지사는 경기 북부 예산을 언급하며 "958억원을 편성했다"는 한병도 원내대표의 설명에 "정부와 상의해서 1000억원을 채워주시면 더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웃음이 터져 나온 회의장에서 추 지사는 곧바로 경기도 재정의 구조적 문제를 꺼냈다.


추 지사가 특히 강조한 것은 '9개월짜리 미생 예산'이었다. 올해 경기도 예산 가운데 상당수 필수 민생 예산이 9월까지만 편성돼 있어 10~12월 석 달치 예산이 비어 있었다는 게 추 지사의 설명이다. 그는 "돈을 새로 마련하지 못하면 아이들 급식도, 어르신 돌봄도, 취약계층과 장애인을 위한 사업도 하나둘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경기도의 예산 조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추 지사는 "지금 민선 9기 경기도가 하고 있는 일은 멀쩡한 사업을 깎거나 없애는 일이 결단코 아니다"라며 "이미 멈추게 돼 있던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하는 몸부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금 경기도는 크게 다쳐 응급실에 실려 들어온 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 응급 수술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수술을 하고 있는 의사에게 '왜 환자를 이렇게 다치게 했느냐'고 따지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반문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도지사 등이 2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2026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추 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3% 수준으로 높이고, 법인세 국세분의 5%를 광역·지방정부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직 인건비 부담 역시 지방정부가 떠안고 있다며 재정 지원 정상화를 요구했다.


당을 향한 요구도 분명했다. 추 지사는 "지금까지는 문제를 발견하면 덮어두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렇게 못 한다"며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끝까지 들여다보고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대표는 추 지사와 공방을 벌였던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예산 삭감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경기도의 재정난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당과 함께 경기도가 그 구조적 상황에 대한 설명을 같이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메시지는 겉으로는 '협력'으로 수렴했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김 대표가 "경기도민과 경기북부주민들의 복리를 어떻게 유지하고 증진할 것인가에 있어서는 100% 같은 입장"이라며 공동 해법을 강조한 반면, 추 지사는 당과 정부에 구체적인 재정 제도 개선책을 내놓으며 자신의 문제의식을 거듭 밀어붙였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개혁과 이 대통령을 둘러싼 공방 이후 만난 자리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여전히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김 대표가 내민 협력의 손에 추 지사가 곧바로 호응하기보다는, 경기도가 처한 재정 위기의 실상을 설명하고 당과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는 데 무게를 둔 모습이었다.


이날 만남이 최근까지 이어진 두 사람의 갈등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김 대표는 통합과 협치를, 추 지사는 경기도 재정 문제 해결을 각각 전면에 내세우면서 두 사람의 간극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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