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드라마부터 범죄 스릴러까지… ‘막장’ 꼬리표 떼는 숏드라마 [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9.08 08:25  수정 2026.09.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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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 ‘아버지의 집밥’·이주승 연출 ‘살인자 윗집 그녀’ 등

웰메이드로 차별화 시도하는 스타들

‘도파민’ 추구하던 시청층 설득은 숙제

자극적인 복수극 또는 재벌과의 로맨스로 도파민을 유발하던 숏드라마가 질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짧은 호흡 안에 강렬한 자극만 채워 넣던 ‘막장’ 대신 탄탄한 서사와 연출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장르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 중이다.


거장 감독과 베테랑 배우의 합류가 장르 다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신작 ‘아버지의 집밥’을 통해 따뜻한 가족 서사를 숏드라마 문법으로 풀어냈다. 40년간 삼시세끼 집밥만 찾던 아버지 하응이 '요리백지증'에 걸린 아내 순애를 대신해 생애 처음 부엌에 들어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억지스러운 막장 전개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신, 정진영과 이정은 등 베테랑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순애의 비밀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나름의 반전 등 다음 회차의 시청을 유도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아버지의 집밥' 포스터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아 관객들을 만난 이 작품은 숏폼 플랫폼 레진스낵 공개에 앞서 극장 개봉까지 진행하며 숏드라마의 확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스릴러의 긴장감을 숏드라마 전개 동력으로 삼은 작품도 있다. 배우 이주승이 연출한 ‘살인자 윗집 그녀’는 신작 압박에 시달리던 작가 정우가 윗집 여자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신고 대신 이를 소설로 쓰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몰입도 높은 전개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제1회 코리아숏드라마어워즈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외에 그룹 NCT 제노, 재민이 출연한 스포츠 청춘물 ‘와인드업’ 역시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며 극장 개봉을 확정 짓는 등 기존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장르들이 숏드라마 시장에 등장 중이다.


앞서도 스타의 도전이 숏드라마의 인지도를 높였다. 이병헌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상엽, 그룹 크래비티의 형준 등 인지도 높은 스타들이 숏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어 관심을 유도한 바 있다. 이병헌 감독을 비롯해 차태현, 장근석 등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고, 이주승, 이유진 등 배우들이 숏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던 숏드라마 서바이벌 프로그램 ‘디렉터스 아레나’가 시청자를 만나기도 했다.


이들의 유입이 화제성을 유발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장르적 시도는 물론, 탄탄한 서사에, 영상미까지. 이제는 숏드라마도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를 넘어, 완성도를 갖춘 하나의 콘텐츠 IP(지식재산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어진다.


물론 스타 감독과 배우를 앞세운 웰메이드 시도들이 역설적으로 숏드라마 특유의 빠르고 자극적인 서사에 길들여진 기존 시청층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다만 창작자들의 낯설지만 의미 있는 실험들이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준익 감독은 숏드라마 도전 이유에 대해 “한국 영화가 침체가 되면서 진입장벽이 높아졌지 않나. 그런데 숏폼 시장을 통해서라도 창작을 할 수 있도록 응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왜 나는 안 하냐는 말을 하더라. 상업 영화를 한다고 숏폼을 무시하는 것이냐는 농담을 듣고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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