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C 캐니언 드날리·시에라 드날리 시승기
캐니언, 현실적인 크기에 통통 튀는 손맛 살려
시에라, 압도적인 덩치와 달리 부드러운 주행
연비 8.1·6.6km/ℓ…가격은 7685만원부터
GMC 시에라 드날리와 캐니언 드날리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테토’라는 말이 이보다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 커다란 차체와 엔진음, 흙먼지를 뒤집어썼을 때 오히려 자연스러워지는 얼굴까지. GMC ‘캐니언’과 ‘시에라’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휩쓴 매끈함 대신 크고 강한 차가 주는 원초적인 만족감을 앞세운다.
두 차가 내놓은 ‘미국 맛’은 조금씩 다르다. 중형 픽업인 캐니언은 비교적 현실적인 덩치로 통통 튀었고, 풀사이즈 픽업인 시에라는 압도적인 체격과 달리 부드러운 주행감이라는 반전을 품고 있었다. 같은 집에서 태어난 형제지만 운전대를 잡으면 각자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8일 서울 잠실에서부터 경기도 가평까지 온로드와 오프로드 약 150km 코스를 오가며 두 차량을 차례로 시승했다. 가격은 캐니언 드날리 7685만원, 시에라 드날리 9420만원이다.
GMC 캐니언 드날리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먼저 운전대를 잡은 차량은 캐니언이었다. 이름 앞에 중형이 붙지만 국내 도로에서는 결코 작지 않은 크기다. 다만 시에라처럼 차선을 가득 채우는 부담감은 덜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좁은 골목까지 매일 드나들어야 한다면 두 차 가운데 캐니언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로 느껴졌다.
생김새는 도심보다 흙길을 향하고 있다. 2인치 팩토리 리프트 서스펜션으로 차체를 높이고, 넓은 트랙과 18인치 휠을 조합해 오프로드 픽업다운 자세를 만들었다. 높은 보닛과 각진 차체, 큼직한 GMC 엠블럼까지 더해지자 체급 이상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GMC 캐니언 드날리 실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실내는 간결함과 직관성에 무게를 뒀다. 11.3인치 터치스크린 아래에는 공조와 시트 기능을 조작하는 물리 버튼이 가지런히 놓였고, 양쪽의 큼직한 다이얼은 운전 중에도 간편한 조작을 도왔다. 클래식한 기어봉도 마찬가지다. 공간 활용만 따지면 투박할 수 있지만, 픽업트럭을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손맛만큼은 확실하게 살렸다.
2.7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4kg·m를 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힘 있게 반응하고, 덩치 때문에 굼뜨다는 느낌도 크지 않다. 시야가 높아 크기에 적응하고 나면 운전이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캐니언의 공인 복합연비는 8.1km/ℓ로 넉넉한 힘과 2톤이 넘는 차체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GMC 캐니언 드날리 ⓒGMC
캐니언의 성격은 오프로드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노면을 부드럽게 눌러 지나기보다는 바닥의 굴곡을 운전자에게 솔직하게 전달한다. 차체가 위아래로 통통 튀는 맛이 분명했고 움직임도 한층 부산하다. 안락함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프로드에서는 네 바퀴가 지면을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캐니언은 최대 3493kg 견인 능력과 적재함 내 220V 전원, 멀티스토우 테일게이트까지 갖췄다. 오프로드 분위기만 낸 도심형 픽업이 아니라 실제로 짐을 싣고 끌며 거친 길을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차다.
GMC 시에라 드날리 ⓒGMC
캐니언에서 내려 시에라로 옮겨 타자 미국 맛의 농도가 한 단계 짙어졌다. 차 앞에 서면 거대한 그릴과 높은 보닛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국내에서 흔히 만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시에라 옆에서는 얌전해 보일 정도다. 대형 트럭 옆에서도 기죽지 않는 체격을 자랑했다.
GMC 시에라 드날리 실내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문을 열면 거친 첫인상이 뒤집힌다. 투박한 미국산 픽업을 떠올렸다면 시에라의 실내는 ‘이정도라고?’ 싶을 만큼 고급스럽다. 널찍한 가죽 좌석과 큼직한 디스플레이, 여유로운 공간이 어우러져 픽업트럭보다 미국산 대형 고급 SUV에 가까웠다.
이러한 반전은 주행에서도 이어졌다. 거대한 차체를 움직이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하지만 가속과 변속은 캐니언보다 한층 부드러웠다. 어댑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걸러내면서 차체의 출렁임을 안정적으로 잡은 영향이다. 시에라는 덩치로 주변을 압도하면서 주행은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GMC 시에라 드날리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6.2ℓ V8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는 필요할 때 넉넉한 힘을 꺼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커다란 차체가 머뭇거리지 않고 속도를 붙인다. 오프로드에서도 힘이 부족해 장애물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보다 ‘이 덩치를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가 궁금해졌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액티브 가변 배기 시스템이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한 픽업트럭 뒤에서 스포츠카 같은 배기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은 반전이었지만 시에라의 묵직한 성격과 썩 자연스럽게 맞물리지는 않았다. 시에라에는 스포츠카처럼 날을 세운 배기음보다 V8 엔진이 느긋하게 쏟아내는 힘이 더 잘 어울렸다.
시에라의 공인 복합연비는 6.6km/ℓ다. 6.2ℓ V8 엔진과 약 2.6톤에 달하는 덩치를 누리려면 기름값은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GMC 시에라 드날리의 적재함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거대한 차체는 적재 공간에서 확실한 보상을 돌려준다. 넓은 적재함에 멀티프로 테일게이트를 적용해 단순히 짐을 싣는 공간을 넘어 작업대나 발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적재함에 무엇을 채울지 정하지 않았는데도 캠핑 장비와 자전거부터 떠올리게 한다. 국내 도심에서 감당해야 할 불편에도 ‘이 정도 활용도라면’ 하고 잠시 고민하게 만든다.
캐니언과 시에라는 같은 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내놓는다. 캐니언은 현실적인 크기에 경쾌하고 거친 움직임을 담았고, 시에라는 압도적인 덩치와 V8 엔진에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얹었다. 통통 튀는 맛과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 중 무엇을 고르든 끝에 남는 풍미는 같다. 효율과 얌전함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진한 ‘테토맛 미국’이다.
▲ 타깃
- 차 안에서도 숨겨지지 않는 ‘테토스러움’을 원한다면
- 짐을 줄이기보다 차를 키우는 쪽을 택하고 싶다면
▲ 주의할 점
- 진한 미국 맛에는 기름값이 따른다.
- 큰 덩치가 주는 멋, 동시에 지하 주차장에선 큰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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